세차례 성폭력 전과 40대
규제법 개정 전 면허 취득
제재 안 받고 버젓이 도로 누벼
규제법 개정 전 면허 취득
제재 안 받고 버젓이 도로 누벼
10대엔 친구들과 함께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20대에도 성폭행을 해 2년간 옥살이를 한 남성이 아무 제재 없이 2000년 7월 택시기사가 됐다. 그는 2010년 승객을 강제추행해 입건됐지만, 4년 뒤에도 버젓이 서울시내를 오가는 영업용 택시를 몰았다. 지난 7월20일 새벽 3시께 서울 마포에서 27살 여성을 태운 이 남성은 차를 세운 뒤 여성의 가슴과 속옷을 더듬는 성범죄를 또 저질렀다. 택시회사는 자신들이 채용한 기사가 상습 성범죄자인 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성지호)는 여성 승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양아무개(44)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3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양씨는 16살, 28살, 40살에 성범죄를 저지른 ‘상습범’이다. 재판부는 “과거 성폭력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성폭행을 해도 된다고 보는 등 성범죄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씨는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높음’으로 나왔다. 이처럼 ‘위험한 남성’이 어떻게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었을까. 2012년 8월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제24조)은 성범죄자의 경우 형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2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기존 ‘2년 제한’으로는 밀폐된 공간에서 재범 위험성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2000년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한 양씨는 이 규정과 무관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택시운전자격시험 합격자들의 범죄조회를 서울시에 의뢰한다. 서울시는 경찰청에 합격자 명단을 보내 범죄사실을 조회하고, 택시조합은 문제가 없는 이들에게만 택시운전자격증을 발급한다. 기존 택시운전자격증 소지자에 대해서도 3개월에 한번씩 서울시가 경찰에 범죄사실 조회를 의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범죄, 마약, 상습절도 등이 확인되면 바로 택시운전자격증이 취소된다”고 했다. 신규 자격증 취득자 조회는 2006년부터, 기존 자격증 재조회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양씨가 2010년에 저지른 승객 강제추행은 당시 피해자의 고소 취소로 불기소 처분됐는데, 이 때문에 법과 규정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체가 양씨의 범죄사실을 조회했다면 추가 성범죄 피해자를 막을 수도 있었지만, 택시업체가 경력기사를 채용할 때 범죄사실 관련 신원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재량’이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조 정책국장은 “범죄가 의심되면 신원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씨가 근무했던 ㅇ운수 관계자는 “양씨 채용 때 범죄사실 조회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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