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왼쪽. 강재훈 기자)-변희재(오른쪽.한겨레 자료사진)
재판부 “인격권 침해한 데 대해 배상 책임 있어”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자신을 ‘친노종북세력’이라고 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이인규)는 낸시랭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변씨와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성아무개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2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씨가 낸시랭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되 그 중 300만원은 이씨와 같이 부담하라”고 했다.
변씨 등은 미디어워치 기사와 트위터를 통해 낸시랭의 정치 성향 등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지난해 4~5월 미디어워치와 트위터에 ‘친노종북세력 최종병기 낸시랭의 비극적인 몰락’이라는 제목의 기사 등 낸시랭을 ‘친노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한 글들을 올렸다. 낸시랭이 지난해 4월 참여한 ‘박정희와 팝아트투어’라는 이름의 퍼포먼스에 대해 미디어워치는 “육영수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 윙에 인공기를 걸어놓고 쇼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그밖에 낸시랭의 대학 입학과 논문, 작품과 관련해 낸시랭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올렸다.
재판부는 “낸시랭을 친노종북세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낸시랭이 북한을 추종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인 듯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그를 비난하려는 표현이다.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만연히 낸시랭이 박정희 등을 모욕하려는 목적으로 인공기와 유사한 깃발을 걸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 입학, 논문 표절 등의 표현을 단정적으로 사용했고, 낸시랭의 작품에 대한 미술적인 평가나 평론으로는 볼 수 없는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비난에 불과한 기사를 올렸다”며 낸시랭의 인격권을 침해한 데 대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에선 변씨와 이씨가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를 성아무개 기자 이름으로 내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낸시랭을 친노종북세력으로 규정한 기사 5건이 성씨 이름으로 게재됐지만, 이 기사들은 변씨와 이씨가 작성해 게재했고 성씨는 그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성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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