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보도 과정에서 동아일보와 국정원은 수상한 관계를 이어왔다. 동아일보는 2013년 1월21일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뒤(왼쪽 위) 올해 초 증거조작이 밝혀지자 국정원 수사를 옹호하는 증인(왼쪽 아래)과 국정원 관계자(오른쪽 위) 등의 단독 인터뷰와 칼럼(오른쪽 아래) 등을 잇따라 실었다. 증거조작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분주하던 국정원에 동아일보는 큰 힘을 실어준 셈이다.
[토요판] 뉴스분석, 왜?
‘간첩 허위 증언’ 후속 보도
‘간첩 허위 증언’ 후속 보도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허위증언 의혹’ 후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동아일보>와 국정원의 수상한 관계를 조명합니다. 다 조작으로 결론 난 거 왜 또 보도하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아직 안 끝났습니다. 출입경 기록 등 증거조작만 확인됐지, 허위자백·허위증언이 나오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조작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할 수사 관계자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저희의 보도를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김아무개 여인에게 지급된 돈은 법무부에서 1800만원, 국정원이 200만원 지급한 겁니다. 200만원은 동아일보 인터뷰 하면서 (김 여인에게) 수고비로 준 것 같습니다.”(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신문 인터뷰를 했는데, 국정원에서 왜 수고비를 지급하죠?”(중앙지검 출입기자)
“그건 저도 알 수가….”(윤웅걸 2차장)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한겨레>는 이에 앞선 15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쪽 탈북자 증인 김순자(가명·40)씨가 재판정에서 허위증언을 한 의혹과 재판정 출석 전후에 국정원이 18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동아일보> 인터뷰 대가로 2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겨레>는 김씨의 전 배우자 박준기(가명·43)씨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밝혔다.(15일치 11면)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가 언론에 해명한 내용을 보면, <한겨레> 보도는 일부 사실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국정원은 14일 <한겨레>에 “김순자에게 지급한 돈은 국가보안법 간첩 제보자 상금 지급 규정에 의거한 간첩신고 포상금이다. 법적 증언이나 언론 인터뷰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200만원에 대해선 ‘언론 인터뷰 대가가 아니’라고 했으나 검찰 설명과 배치된다.
2월부터 동아일보 인터뷰 설득한 국정원
검찰이 <한겨레> 보도를 일부 인정하면서 국정원과 동아일보 사이에 부적절한 권언유착이 있어왔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생긴다.
국정원이 동아일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려 한 흔적은 두차례 발견된다. 국정원은 지난 2월 김순자씨에게 동아일보 인터뷰를 설득했다. 국정원 과장 추정 남성은 김씨에게 동아일보 외 타 언론사와 인터뷰할 때 동아일보 최아무개 기자와 상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국정원 과장 추정 남성과 김씨의 대화 녹취록을 살펴보면, 이 남성은 “다른 모르는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그러면 동아일보 최○○ 기자에게 전화해서 인터뷰해도 되는 사람인지 물어보라. 조심하라”고 김씨에게 조언했다. 또 “증거조작 이런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언론이 몰아)가니까 진실을 밝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김순자씨가 역할을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실제 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2014년 2월24일 공개했다. 여기서 김씨는 “유우성 아버지가 ‘아들이 보위부 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경 기록이 맞지 않는다는 둥 시비를 하는데 어이없다”고 말했다. 출입경 기록 조작 증거 제출과 무관하게 김씨가 ‘유우성이 남파간첩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전함으로써 당시 증거조작 국면을 뒤집으려 한 의도로 해석된다.
동아일보는 허위증언 의혹을 사고 있는 김씨 인터뷰에 이어 국정원 권아무개 과장을 3월22일 인터뷰했다. 권 과장은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자살을 기도했던 이다. 사실상 국정원의 협조가 없다면 불가능한 보도들을 동아일보는 이어갔다. 지난해 1월2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 소식을 최초로 단독 보도한 곳도 동아일보다.
언론사가 국정원 관계자 등과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동아일보는 국정원 쪽이 연결해준 취재원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증하거나 유씨 쪽의 반론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정원 확성기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동아일보가 스스로 알아낸 정보를 갖고 국정원 쪽에 확인 취재한 것이라면 문제없지만, 국정원이 의도를 갖고 흘려준 정보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했다면 저널리즘을 벗어난 권언유착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자씨 외에도 탈북자 ㄱ씨는 지난 4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4월9일치 5면) 국정원이 동아일보 인터뷰를 주선해주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ㄱ씨는 “2014년 2월 중순 국정원에서 연락 와서 탄원서 제출 경위에 대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해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가족이 위험한 상황이어서 안 된다고 했는데, 이미 다 세팅이 돼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동아일보 최아무개 기자는 해명을 거부했다. 최 기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사와 상의했는데 일절 답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답변 거부는 국정원과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정원이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국정원이 직접 작업했거나 법무부 관계자를 통해 법조 기자에게 정보가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한다. 주로 동아일보 사회부 법조팀과 정치부에서 기사를 써왔는데 2008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및 노건평씨 관련 의혹 등을 추적보도 하기도 했다.
허위증언 의심 산 동아일보 인터뷰
국정원이 수고비조로 200만원 지급
국정원은 부인했지만 검찰이 인정
동아일보와 국정원 밀접한 관계
국정원 도움 받아 보도 이어갔나 1800만원이 간첩신고 포상금?
규정 안맞게 국정원이 현금 지급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허위증언
대가로 지급됐을 가능성 있지만
확인은 불가 “특검으로 밝혀야” ‘증인’이 아닌 ‘신고자’가 되고 싶었던 김순자 법무부가 김순자씨에게 지급했다는 1800만원이 정말 간첩신고 포상금이 맞는지도 확인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 돈이 간첩신고 포상금이라고 설명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이 많다. 박준기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2013년 6월21일 재판정에 출석하기 직전 누군가에게서 통장으로 800만원을 입금받는다. 김씨는 재판정에 출석했고 며칠 뒤 국정원 과장을 만난 자리에서 1000만원을 더 받았다. A4 용지 크기의 하얀 봉투에 5만원권 다발 두 묶음(각 500만원)의 형태로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800만원을 받기까지 국정원 등 어느 누구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갑자기 통장으로 800만원이 입금된 다음 국정원 과장이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김순자씨에게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돈인데 유우성 사건에서 공로가 많기에 (격려금 조로) 주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800만원을 입금받은 뒤에도 국정원 과장과 다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800만원을 줄 게 아니라 최초 간첩신고자로 인정해달라’고 김씨는 계속 요구했다고 한다. 최초 간첩신고자가 되면 김씨는 수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국정원 과장 추정 남성과 김씨 사이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포상금을 받기 위해 자신을 간첩신고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남성은 유우성 사건 검찰 쪽 증인으로 김씨를 재판정에 출석시키기 위해 지난해 6월 그를 찾아왔다. 남성이 “보상 문제 얘기 들으셨죠? 나중에 보상금, 이런 거도 재고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해서 그런 부분 좀 알고 계셨으면”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나는 다른 게 없어요. 제대로 평가해 달라 이거예요. 저를 증인으로 내세우지 말고 신고인으로 해달라 이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보상금은 유죄판결 받고 (유우성이) 형을 받아야 해. 죄가 인정되어서 판결받으면 이걸 근거로 해서 신청을 하는 거야”라며 당장 김씨를 간첩신고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김씨는 재판정 출석 대가로 자신이 간첩신고자로 인정받는 서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나는 아무 담보가 없잖아요.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국정원) 분에게 사인(보증)받고 싶어요. 저는 신고자예요. 저는 목숨 달렸잖아요”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김씨에게 돈이 지급된 방식은 통상적인 간첩신고 포상금 지급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검사는 법에 의한 상금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제기한 뒤 관계자에게 서면으로 그 뜻을 통지하여야 한다’(9조)고 돼 있다. 이어 상금의 청구는 ‘9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하여야 한다’(10조)고 돼 있다. 상금 청구는 국가보안유공자심사위원회에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11조) 위원회는 ‘보상 여부에 관한 결정을 한 때에는 청구자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여야 한다. 통지는 결정서 정본의 송달에 의한다’(16조)고 돼 있다. 김씨는 국정원 과장에게 자신을 최초 신고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정식으로 이를 서면으로 신청한 적도 없고, 국가보안유공자심사위원회로부터 결정 통지서를 받은 적도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또 법무부가 지급해야 할 돈을 국정원 과장이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다는 점도 이상하다. 박씨는 “국정원이 간첩신고 포상금이라고 김씨에게 말한 적이 없다. 만약 그랬다면 김씨는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액수 때문에 크게 싸웠을 것이고 재판정에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가 심사를 통해 지급하는 간첩신고 포상금은 관련법에 따라 지급된다. 지급 증거가 남아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계좌이체 형태로 지급한다. 현금으로 직접 건네줬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준 돈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연간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추정되나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국정원 직원들이 영수증도 없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특수활동비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다. 사실관계 틀리고 모순에 빠진 검찰 설명 검찰 관계자가 <한겨레> 보도에 대해 17일 언론에 한 해명 내용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명에서 “김순자씨는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검찰과 국정원에서 진술한 게 없다. 유우성 집안이 보위부랑 밀접했었다고 말한 것 이외에는 없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유우성이 간첩이라고 진술하라고 종용한 적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순자씨는 2013년 3월14일 검찰에 출석해 “유진룡(유우성 아버지)이 아파트 근처에서 ‘아들이 회령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해 6월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판사가 “국정원 직원에게 피고인이 보위부 일을 도와준다는 말을 (김순자씨가) 했나요”라고 묻자 김씨는 “네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보위부 일을 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간첩 일을 한다는 말과 같다. 북한에서는 간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보위부 일을 한다’고 표현하고, 간첩은 ‘보위부 눈깔’ 등으로 불린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또 ‘보위부와 밀접하게 지낸다’는 것과 ‘보위부 일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밀접하게 지낸다는 것’은 사업 등에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친분을 갖는 것이고, ‘보위부 일을 하는 것’은 보위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는 뜻이다. 김순자씨의 진술은 유우성씨가 남한에서 간첩 일을 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과장이 김씨의 재판정 출석을 설득하고 동아일보 인터뷰를 주선한 뒤 돈을 지급한 것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검찰 설명대로 김씨가 유씨를 간첩이라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김씨가 간첩신고 포상금 대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검찰 설명은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이에 대해 윤웅걸 2차장은 <한겨레>에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유우성이 보위부와 관련 있다’고 한 진술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간첩이라고 한 진술이 없는 것도 맞다. 진술기록이 다 공개돼 있는데 검찰이 의도적으로 거짓 설명을 할 리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우성씨를 변호해온 김용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증거조작뿐 아니라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한 참고인 증언들까지 허위일 가능성이 큰 사건이다. 김순자씨의 위증, 유가려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한 허위진술 의혹,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한 역할 등을 모두 밝히기 위해서 특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지난 4월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믿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48) 과장 등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가 아닌 모해증거위조 혐의로만 기소한 바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국정원이 수고비조로 200만원 지급
국정원은 부인했지만 검찰이 인정
동아일보와 국정원 밀접한 관계
국정원 도움 받아 보도 이어갔나 1800만원이 간첩신고 포상금?
규정 안맞게 국정원이 현금 지급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허위증언
대가로 지급됐을 가능성 있지만
확인은 불가 “특검으로 밝혀야” ‘증인’이 아닌 ‘신고자’가 되고 싶었던 김순자 법무부가 김순자씨에게 지급했다는 1800만원이 정말 간첩신고 포상금이 맞는지도 확인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 돈이 간첩신고 포상금이라고 설명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이 많다. 박준기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2013년 6월21일 재판정에 출석하기 직전 누군가에게서 통장으로 800만원을 입금받는다. 김씨는 재판정에 출석했고 며칠 뒤 국정원 과장을 만난 자리에서 1000만원을 더 받았다. A4 용지 크기의 하얀 봉투에 5만원권 다발 두 묶음(각 500만원)의 형태로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800만원을 받기까지 국정원 등 어느 누구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갑자기 통장으로 800만원이 입금된 다음 국정원 과장이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김순자씨에게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돈인데 유우성 사건에서 공로가 많기에 (격려금 조로) 주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800만원을 입금받은 뒤에도 국정원 과장과 다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800만원을 줄 게 아니라 최초 간첩신고자로 인정해달라’고 김씨는 계속 요구했다고 한다. 최초 간첩신고자가 되면 김씨는 수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국정원 과장 추정 남성과 김씨 사이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포상금을 받기 위해 자신을 간첩신고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남성은 유우성 사건 검찰 쪽 증인으로 김씨를 재판정에 출석시키기 위해 지난해 6월 그를 찾아왔다. 남성이 “보상 문제 얘기 들으셨죠? 나중에 보상금, 이런 거도 재고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해서 그런 부분 좀 알고 계셨으면”이라고 말하자, 김씨는 “나는 다른 게 없어요. 제대로 평가해 달라 이거예요. 저를 증인으로 내세우지 말고 신고인으로 해달라 이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은 “보상금은 유죄판결 받고 (유우성이) 형을 받아야 해. 죄가 인정되어서 판결받으면 이걸 근거로 해서 신청을 하는 거야”라며 당장 김씨를 간첩신고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김씨는 재판정 출석 대가로 자신이 간첩신고자로 인정받는 서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나는 아무 담보가 없잖아요.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국정원) 분에게 사인(보증)받고 싶어요. 저는 신고자예요. 저는 목숨 달렸잖아요”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김씨에게 돈이 지급된 방식은 통상적인 간첩신고 포상금 지급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보안유공자 상금 지급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검사는 법에 의한 상금의 대상이 되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제기한 뒤 관계자에게 서면으로 그 뜻을 통지하여야 한다’(9조)고 돼 있다. 이어 상금의 청구는 ‘9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하여야 한다’(10조)고 돼 있다. 상금 청구는 국가보안유공자심사위원회에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11조) 위원회는 ‘보상 여부에 관한 결정을 한 때에는 청구자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여야 한다. 통지는 결정서 정본의 송달에 의한다’(16조)고 돼 있다. 김씨는 국정원 과장에게 자신을 최초 신고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정식으로 이를 서면으로 신청한 적도 없고, 국가보안유공자심사위원회로부터 결정 통지서를 받은 적도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또 법무부가 지급해야 할 돈을 국정원 과장이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다는 점도 이상하다. 박씨는 “국정원이 간첩신고 포상금이라고 김씨에게 말한 적이 없다. 만약 그랬다면 김씨는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액수 때문에 크게 싸웠을 것이고 재판정에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가 심사를 통해 지급하는 간첩신고 포상금은 관련법에 따라 지급된다. 지급 증거가 남아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계좌이체 형태로 지급한다. 현금으로 직접 건네줬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준 돈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연간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추정되나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국정원 직원들이 영수증도 없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특수활동비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다. 사실관계 틀리고 모순에 빠진 검찰 설명 검찰 관계자가 <한겨레> 보도에 대해 17일 언론에 한 해명 내용도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명에서 “김순자씨는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검찰과 국정원에서 진술한 게 없다. 유우성 집안이 보위부랑 밀접했었다고 말한 것 이외에는 없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유우성이 간첩이라고 진술하라고 종용한 적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순자씨는 2013년 3월14일 검찰에 출석해 “유진룡(유우성 아버지)이 아파트 근처에서 ‘아들이 회령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해 6월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판사가 “국정원 직원에게 피고인이 보위부 일을 도와준다는 말을 (김순자씨가) 했나요”라고 묻자 김씨는 “네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보위부 일을 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간첩 일을 한다는 말과 같다. 북한에서는 간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보위부 일을 한다’고 표현하고, 간첩은 ‘보위부 눈깔’ 등으로 불린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또 ‘보위부와 밀접하게 지낸다’는 것과 ‘보위부 일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밀접하게 지낸다는 것’은 사업 등에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친분을 갖는 것이고, ‘보위부 일을 하는 것’은 보위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는 뜻이다. 김순자씨의 진술은 유우성씨가 남한에서 간첩 일을 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과장이 김씨의 재판정 출석을 설득하고 동아일보 인터뷰를 주선한 뒤 돈을 지급한 것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검찰 설명대로 김씨가 유씨를 간첩이라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김씨가 간첩신고 포상금 대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검찰 설명은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이에 대해 윤웅걸 2차장은 <한겨레>에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유우성이 보위부와 관련 있다’고 한 진술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간첩이라고 한 진술이 없는 것도 맞다. 진술기록이 다 공개돼 있는데 검찰이 의도적으로 거짓 설명을 할 리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유우성씨를 변호해온 김용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증거조작뿐 아니라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한 참고인 증언들까지 허위일 가능성이 큰 사건이다. 김순자씨의 위증, 유가려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한 허위진술 의혹,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한 역할 등을 모두 밝히기 위해서 특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지난 4월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믿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48) 과장 등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가 아닌 모해증거위조 혐의로만 기소한 바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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