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처벌수위 놓고 저울질 하는듯
검찰이 두산그룹 비리를 수사한 지 26일로 두달째지만 박용성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앞두고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기호)는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를 잇달아 확인하고 있다. 형제들의 경영권 다툼에서 불거진 진정 사건이 총수 일가의 대출금 이자 138억원을 회사가 대납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재벌 지배구조의 폐해와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기업비리 사건으로 바뀐 것이다.
검찰은 두산 형제들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넵스가 납품업체와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두산그룹 건물관리업체인 동현엔지니어링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에게 전달한 사실도 지난달 밝혀냈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쪽은 박용성 회장의 비자금을 장남인 박진원씨가 관리했고, 박용만 부회장은 동생인 박용욱씨를 통해 ㈜넵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현재까지 수사는 박 전 회장 쪽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지만 검찰은 총수 일가의 소환을 계속 미루고 있다. 수사가 ‘황소걸음’을 한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백조’식 수사를 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위의 모습은 느려 보이지만 물밑에서 계속 발을 움직이는 백조처럼 수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두산그룹 계열사 사장 등 관련자들을 거의 다 불러 조사했고, 일부 임직원은 두세 차례 불러 조사했다. 동현엔지니어링이 비자금을 건넸다고 밝힌 박진원씨 등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소환만 남은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드러난 하나의 사실만을 가지고 소환 조사를 하기는 이르고, 다른 부분도 더 확인해야 한다”며 “특수수사가 아닌 진정·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여서 내용들을 다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더딘 행보는 어느 선까지 조사하고 처벌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가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 전형적인 기업비리의 모습을 띤 두산 사건의 처벌 수위를 앞으로 재벌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보고 있어, 검찰이 이를 의식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이 두산처럼 비자금이나 분식회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계열사 사장 등은 불법행위들이 박용성 회장이나 박용만 부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곧 두산그룹 최고위층을 형사처벌할지 여부에서 검찰의 재벌에 대한 수사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황상철 정남기 기자 rosebud@hani.co.kr
두산 계열사 사장 등은 불법행위들이 박용성 회장이나 박용만 부회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곧 두산그룹 최고위층을 형사처벌할지 여부에서 검찰의 재벌에 대한 수사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황상철 정남기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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