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면담 땐 문 열어 놓고…회식 땐 술자리 안가

등록 2014-12-01 20:36수정 2014-12-04 17:41

‘성추행 예방’ 교수 사회 풍속도
교수들 예방 위해 대책 세워
대학서 ‘매뉴얼’ 나눠주기도
찬바람에 눈까지 내린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의 한 단과대학 건물. 창문을 통해 1층 교수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다른 대학과 달리 책상에 앉아 있는 교수들 모습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바로 앞에는 면담 온 학생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의도적’으로 배치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교수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일부러 겨울에도 블라인드를 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면담 온 학생과 교수가 단둘이 있는 장면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제자 성추행 추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와 제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갖가지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권위적이던 교수 사회 풍속도 역시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여대일수록 이런 기류는 더욱 강하다. 학생 면담 때 일부러 방문을 열어두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게 부담스럽다고 학생들이 문을 닫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못 닫게 한다”고 했다. 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는 “서울대 교수 성추행 사건이 있기 전부터 면담할 때는 꼭 문을 열어놨다. 상담 온 학생들이 종종 우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문을 열었을 때 우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했다.

교수들은 술을 곁들인 회식 자리에서 행동을 더욱 조심한다고 한다. 술자리가 있으면 1차만 하고 2차 술자리에는 아예 가지 않는 식이다.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2차로 술자리나 노래방을 갈 때 나는 비용만 대주고 빠진다”고 했다.

연세대 성평등센터는 올해 교수들에게 ‘성폭력 방지 매뉴얼’을 나눠줬다. △일대일 면담 시 학생 성별과 관계없이 교수 연구실 문 개방 △격려·위로 시 신체 접촉 절대 지양 △학생 지도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연애 등 사적 질문 지양 △강의나 대화 중 성차별적, 성별 고정관념적 내용 사전 점검 등을 담고 있다. 교수 사회에서 보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목조목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한양대도 교수용 ‘성희롱·성폭력 예방 가이드’를 만들었다. 강의 중 농담, 오해를 살 수 있는 신체 접촉 유형, 엠티·답사 때 유의할 점 등을 담았다. 대학생 성희롱·성추행 가해자 가운데 교수가 2위를 차지한다는 내용, 강의 중 성희롱 징계 사례 등 교수들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거북’한 내용도 실었다. 숙명여대도 관련 매뉴얼을 교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숙명여대 성평등상담소 관계자는 “학생 개별 면담을 할 때는 문을 30㎝ 정도 열어두도록 했다. 외국인 교수들에게도 영어 책자를 배포해 문화 차이로 학생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영지 최우리 김규남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