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예방’ 교수 사회 풍속도
교수들 예방 위해 대책 세워
대학서 ‘매뉴얼’ 나눠주기도
교수들 예방 위해 대책 세워
대학서 ‘매뉴얼’ 나눠주기도
찬바람에 눈까지 내린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의 한 단과대학 건물. 창문을 통해 1층 교수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다른 대학과 달리 책상에 앉아 있는 교수들 모습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바로 앞에는 면담 온 학생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의도적’으로 배치됐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교수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일부러 겨울에도 블라인드를 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면담 온 학생과 교수가 단둘이 있는 장면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최근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제자 성추행 추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와 제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갖가지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권위적이던 교수 사회 풍속도 역시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여대일수록 이런 기류는 더욱 강하다. 학생 면담 때 일부러 방문을 열어두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게 부담스럽다고 학생들이 문을 닫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못 닫게 한다”고 했다. 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는 “서울대 교수 성추행 사건이 있기 전부터 면담할 때는 꼭 문을 열어놨다. 상담 온 학생들이 종종 우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문을 열었을 때 우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했다.
교수들은 술을 곁들인 회식 자리에서 행동을 더욱 조심한다고 한다. 술자리가 있으면 1차만 하고 2차 술자리에는 아예 가지 않는 식이다.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2차로 술자리나 노래방을 갈 때 나는 비용만 대주고 빠진다”고 했다.
연세대 성평등센터는 올해 교수들에게 ‘성폭력 방지 매뉴얼’을 나눠줬다. △일대일 면담 시 학생 성별과 관계없이 교수 연구실 문 개방 △격려·위로 시 신체 접촉 절대 지양 △학생 지도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연애 등 사적 질문 지양 △강의나 대화 중 성차별적, 성별 고정관념적 내용 사전 점검 등을 담고 있다. 교수 사회에서 보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목조목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한양대도 교수용 ‘성희롱·성폭력 예방 가이드’를 만들었다. 강의 중 농담, 오해를 살 수 있는 신체 접촉 유형, 엠티·답사 때 유의할 점 등을 담았다. 대학생 성희롱·성추행 가해자 가운데 교수가 2위를 차지한다는 내용, 강의 중 성희롱 징계 사례 등 교수들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거북’한 내용도 실었다. 숙명여대도 관련 매뉴얼을 교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숙명여대 성평등상담소 관계자는 “학생 개별 면담을 할 때는 문을 30㎝ 정도 열어두도록 했다. 외국인 교수들에게도 영어 책자를 배포해 문화 차이로 학생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영지 최우리 김규남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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