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대가 인턴 여학생과 제자 20여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수리과학부 ㄱ교수를 의원면직 처리하기로 했던 애초 방침을 바꿔,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교무처장이 직접 면직 방침을 발표했다가, 퇴직금·연금·재취업에 불이익이 없도록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이 일자 이를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ㄱ교수 사태와 관련 학내 인권센터가 철저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하도록 조치했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각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27일 “관련 절차를 거쳐 면직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ㄱ교수가 사표를 제출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에 재학생·졸업생들로 이뤄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표 수리 철회, 절차에 따른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서울대의 노골적인 교수 감싸기에 여론도 급격히 나빠졌다.
갑작스러운 ‘번복’에 대해 서울대는 “ㄱ교수를 면직 처리할 의도가 없었는데 전달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김재영 협력부처장은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성낙인 총장도 사표를 수리할 생각이 없었다. 번복이 아니라 애초부터 면직 조처를 한 것이 아닌데 의미 전달이 잘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승학 교무부처장은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는데 전달상의 오류가 있었다.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생 총협의회는 공동으로 “학내 성폭력 문제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대학본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성 서울대 인권센터장은 “이제부터 본격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영지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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