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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도 생계비 지원 받을 자격있다고?”

등록 2005-09-25 20:04수정 2005-09-26 14:46

정상소득 기준 차상위 계층 규모
정상소득 기준 차상위 계층 규모
제외된 극빈자 33% 실제론 대상자
현재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재산과 소득기준을 충족하고도 수급 혜택을 못 받는 최저생계비 이하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사실상 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의 사회안전망 운영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재산기준을 몰라서, 가출한 남편 때문에’=생계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던 생활보호 대상자였던 서울 강서구의 홀로사는 노인 여아무개씨는 2000년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시행되면서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그의 재산이 그해 임대주택 보증금 등으로 2955만원이 되어, 당시 이 제도 수급권자의 재산기준인 29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재산기준이 6900만원으로 높이 조정되어 다시 수급권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사실 재산기준은 2001년에 3천만원, 2002년에 4850만원으로 조정됐다.

장아무개(29)씨는 6, 7, 8살 되는 세 자녀와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무허가 주택에서 지체장애인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부동산업체 직원이던 남편은 외환위기 이후 해고된 뒤 생활고로 가출해 버렸다. 파출부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도 기초생활 보장제도 수급권자 신청을 했으나, 가출한 남편이 서류상 함께 존재한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남편이 가출했다고 신고하면 수급자가 될 수 있었으나, 그는 한 시민단체의 연구원과 상담을 하기 전까지 어디에서도 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기초생보 수급자격 있는 극빈가구 방치=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의 수탁을 받아 연구해 최근 발간한 ‘차상위 계층 실태분석 및 정책제안’이란 정책보고서에서, 저소득 빈곤층의 상당수가 홍보 부족이나 제도상 허점으로 기초생활 보장제도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소득 계층별로 4400가구를 표본조사해 분석한 차상위 계층의 실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첫 실태조사로, 중간보고 격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에 있는 비수급 극빈가구의 약 33.2%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는데도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수급권자에 포함되지 못한 걸로 나타났다.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만 5년이 되는데도, 비수급 극빈가구 중 7.77%는 여전히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77.2%는 상담조차 받은 경험이 없는 걸로 나타났다. 더욱이 상담이 이뤄진 6.6%도 스스로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60.5%가 지레 ‘자격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18%는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있는지를 몰라서’, 11.8%는 ‘생계가 어렵지 않아서 상담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또한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에 있는 비수급 극빈가구의 약 40.4%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기초 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실제 경제적 실상에서는 이들 가구와 수급가구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탈락한 것이다.

기초생보 제도에 지나친 짐=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빈곤계층 및 차상위계층 지원정책이 △빈곤의 예방과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꾸려지지 않았고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라는 단일 제도가 생계·주거·의료·근로 등의 다양한 욕구 부문에 대한 대응으로 지나친 부담을 짊어지고 있으며 △각 욕구 부문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처가 서로 달라 제도 간 유기적 조정이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부처 간 운영과 관련해, 주거부문에서 주거급여는 복지부, 임대주택은 건교부로 나뉘어 있다. 근로부문의 자활지원 프로그램도 복지부와 노동부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문의 프로그램인 저소득층 학비지원의 경우 대상별로 교육부, 농림부, 통일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유기적인 프로그램 운영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2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사회 양극화 개선과 사회 안전망 개혁을 위한 ‘희망한국 21-함께하는 복지’라는 이름의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을 협의해 발표한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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