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인원 질문에 “해수부서 확인”
1차 대책회의 해수부가 주도하고
주무 부처는 끝내 외교부로 일원화
안전처 한 일은 신고 접수·전달뿐
‘컨트롤 타워’ 아닌 ‘통신타워’ 역할
1차 대책회의 해수부가 주도하고
주무 부처는 끝내 외교부로 일원화
안전처 한 일은 신고 접수·전달뿐
‘컨트롤 타워’ 아닌 ‘통신타워’ 역할
이번 501오룡호 침몰 사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11월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첫 시험대였다. 안전처는 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해내지 못함으로써 애초 표방한 ‘컨트롤타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만여명의 거대 조직인 안전처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1일 오후 5시30분께 <한겨레> 기자가 해양수산부 고위 관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고의 주무 부처가 어디냐? 해수부냐, 안전처냐?”고 물었을 때 이 관리는 “아직 모른다”고 대답했다.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행정부의 안전 부문과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을 통폐합해 야심차게 만든 국민안전처가 주무 부처라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비슷한 시각, 안전처도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501오룡호의 승선 인원과 배 제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양수산부에서 확인해 달라. 원양어선의 출항에 대한 허가는 해수부에서 한다. 안전처는 러시아 쪽으로부터 사고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터넷 누리집에 실린 설립 목적을 보면, 국민안전처는 재난안전의 ‘총괄 부서’이며 ‘컨트롤타워’인데 공식적인 발표와 설명은 다른 부처에서 들으라는 얘기다.
그 뒤에도 안전처의 이렇다 할 역할은 없었다. 오후 5시20분 1차 사고대책회의와 오후 6시 사고대책본부 구성은 해수부가 맡았고, 외교부와 해수부, 안전처가 참석한 정부합동대책회의는 밤 10시 외교부 주재로 열렸다. 이 회의 뒤 정부는 이번 사고의 대언론 창구를 ‘외교부’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가 ‘주무 부처’라는 이야기였다.
해수부는 이번 사고 뒤 이틀 동안 2개의 공식 자료와 1개의 지도, 1개의 사진, 1개의 구조도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외교부도 5개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1번의 브리핑을 열었다. 안전처는 2일 저녁에야 뒤늦게 “신고를 접수해 관계기관에 전파했다”는 내용의 존재 증명성 한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결국 이번에 안전처가 한 일이라고는 위성 신고를 접수해 관련 부처에 전달한 일뿐이었다.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통신타워’였던 셈이다.
2일 비공개 브리핑의 들머리에서 외교부의 한 관리는 “초기에 사고를 인지하게 된 가장 큰 공헌은 안전처가 러시아 쪽의 ‘별도 채널’에서 정보를 받아 외교부와 해수부에 전달해줬기 때문”이라며 안전처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잠시 뒤 문답 과정에서 안전처가 ‘별도 채널’이 아니라, ‘위성 신고’를 통해 이 사고를 처음 알게 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안전처의 초라한 역할이 재확인됐다.
안전처와 다른 부처들의 대책 없는 ‘분산’도 역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에 관련된 부처들 가운데 외교부와 안전처는 서울청사에 있고, 해수부는 세종청사에 있다. 정부합동대책회의가 사고 접수 뒤 8시간이나 지나서 열린 것은 부처들의 입지와 관계가 있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안전처는 세종시에 있는 총리실의 직속 기관으로 앞으로 세종시에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청와대의 지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부산/김영동 기자, 정태우 김외현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