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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른 선박은 대피중…악천후 무리한 조업이 원인?

등록 2014-12-02 20:38수정 2014-12-03 10:25

501오룡호, 왜 침몰했나

36년 된 노후 선박 성능도 의문
사고원인 복합적으로 작용 추정
외교부 “생존자 추가발견 없어”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이 2일 오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 1층 사고대책본부에서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 선원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머리를 감싸 쥔 채 나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이 2일 오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 1층 사고대책본부에서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 선원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머리를 감싸 쥔 채 나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 실종자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2일 오후까지 벌어졌으나, 추가로 발견된 사람은 없었다.

외교부는 2일 “오늘 모두 5척의 러시아 선박이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으나, 현지 기상이 악화돼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추가로 발견된 생존자는 없다”고 밝혔다.

1명이 죽고 52명이 실종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나쁜 날씨와 무리한 조업이 지목되고 있다. 당시 사고 해역의 파도는 4m 이상, 바람은 초속 20m 이상, 수온은 섭씨 0~2도였다고 2일 외교부와 사조산업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파도와 바람이면 조업 자체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부근의 바다 날씨는 변화가 심해서 구조활동이 벌어진 2일에도 오전 8시(한국시각)엔 날씨가 좋았다가 오전 11시엔 파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빨라져 구조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나쁜 날씨 속에서 501오룡호가 무리하게 고기잡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산업계의 관계자는 “배는 복원력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높은 파도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그물을 내리고 끌어올리는 조업을 했기 때문에 복원력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501오룡호가 무리한 조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또다른 사실은 근처에 있던 준성5호가 이 배의 조난 사실을 인근의 다른 배들에 알릴 때 준성5호는 물론이고 인근의 러시아 어선 역시 항구 쪽으로 대피 중이었다는 점이다. 실종된 선원 가족들은 “사고 전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을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령이 36년이나 되는 501오룡호의 성능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파도가 쳐서 물고기창고(어창)에 물이 차더라도 배수구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창고에 찬 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배수 시설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는 배수 시설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 배의 밑바닥에 금이나 구멍이 생겨서 물이 차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501오룡호 선원들이 이웃 배의 펌프를 빌려서 물을 뺐는데, 다시 배가 기울었다는 사조산업 쪽의 설명은 배 자체의 결함으로 침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선장이 배의 상태에 대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물고기창고에 물이 차고 배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오후 1시 이전의 상황이다. 그러자 선장은 인근에 있던 선경수산 카롤리나77호에서 펌프와 호스를 빌려다가 이 물을 빼려고 시도했고, 일시적으로 기울었던 배가 다시 바로 서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1시께 다시 배가 심하게 기울었고, 선장은 선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

만약 선장이 처음 물고기창고에 물이 차고 배가 기울었을 때 물을 빼려 하지 않고 곧바로 탈출 명령을 내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이웃 배에서 펌프를 빌리는 대신 이웃 배로 선원들을 대피시켰거나, 501오룡호에 준비돼 있던 방수복을 선원들에게 미리 입히고 8개의 구명뗏목(144명까지 수용 가능)으로 탈출하게 했더라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세종/김규원 기자, 부산/김영동 기자, 김효진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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