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수학자인 서울대 수리과학부 ㄱ교수의 양손에는 수학기호인 ‘무한대’(∞) 모양의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검찰 직원들에게 이끌려 법원에 나타난 그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ㄱ교수는 변호인 3명을 선임했다.
인턴 여학생과 제자들을 성추행 혐의(형법의 강제추행)로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ㄱ교수의 영장실질심사가 3일 오전 10시55분부터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렸다. 1시간20분간 진행된 심리에서 변호인은 ㄱ교수가 유명 수학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ㄱ교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과장·왜곡됐다는 주장을 폈다. ㄱ교수는 낮 12시15분께 법정을 나서며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의 손에는 법정에 들어가며 풀었던 수갑이 다시 채워져 있었다. 이상용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는 “구인장이 발부돼 구인 과정에서 수갑을 채운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일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 윤중기)는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ㄱ교수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ㄱ교수는 7월28일 서울 광진구의 한 유원지 벤치에서 세계수학자대회를 준비하며 자신의 일을 돕던 다른 대학 출신 인턴 여학생을 무릎에 앉히고 몸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ㄱ교수가 서울대 제자 4명에게 만나줄 것을 강요하고, 실제로 만난 자리에서는 치마 밑으로 손을 넣거나 껴안고 강제로 입맞춤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해 영장을 청구했다.
ㄱ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현직 서울대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1993년 화학과 신아무개 교수의 여조교 성희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서울대 우조교 사건)된 바 있다. 대학내 성희롱이 처음으로 공론화한 사건이었다. 1997년에는 서울대 약대 구아무개 교수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대학원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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