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일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조희연(58) 서울시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교육감 쪽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 조처로 끝난 사안인데 검찰이 ‘진보 교육감’을 압박하려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6·4 지방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 만료를 하루 앞두고 조 교육감을 기소한 것은 지방교육자치법의 관련 조항이 선거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어서다.
검찰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선거운동 기간인 5월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승덕 후보의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고, 고 후보 자신도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고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고 후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자, 조 교육감은 다시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근거(문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후보의 해명이 있고 난 다음날 조 교육감은 다시 라디오 인터뷰 등에 나와 ‘몇년 전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저는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 가서 살면 된다’고 말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있다’며 반복해서 의혹을 제기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는데도 자료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조 교육감에게 경고만 한 사안을 기소한 이유에 대해 “선관위에서는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결론을 냈지만, 우리는 수사를 통해 이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자유교육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이 6월과 10월에 조 교육감을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해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 등을 조사한 뒤 조 교육감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이 서면조사를 요구하며 출석에 불응하자 선거법 시효를 하루 앞두고 기소했다.
조 교육감은 검찰의 기소 발표 뒤 입장 자료를 내어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인 선거 과정에서 당시 제기된 의혹을 해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전부이며, 선관위에서 이미 ‘경고’로 마무리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서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한 무리한 표적 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검찰의 기소가 근거 없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재판 절차에 당당히 임할 것이며, 서울시교육감의 직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당사자들이 이미 원만하게 해결한 문제를 검찰이 다시 꺼내들어 기소한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문용린(67) 전 서울시교육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희연·고승덕 후보와 겨룬 문 전 교육감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보수 단일 후보’라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환봉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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