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53) 교수가 인턴 학생과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대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학내 성폭력을 제도적으로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교수를 별다른 조사 없이 사직 처리한 고려대에서는 학생들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동료 교수들은 강 교수가 구속되자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4일 “교수가 학생들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참담하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정근식 평의원회 의장은 “이번 사건은 교수의 일탈을 막지 못한 제도적인 문제와 교수 개인의 문제가 합쳐져 있다. 제도적 방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생(24)은 “올해 성악과 교수의 성추행 사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성희롱 발언 등 문제가 많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백승학 교무부처장은 “강 교수가 기소되면 바로 직위해제가 된다. 학내 인권센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가 <축구공 위의 수학자> <아빠와 함께 수학을> <수학의 유혹> 등 대중적 수학 도서를 여럿 집필한 석학이었다는 점에서 출판계와 독자들의 충격도 크다. 송아무개(47)씨는 “2년 전쯤 강 교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껴 그의 책을 본 적이 있다. 똑똑하고, 운동도 잘 하고, 글도 잘 써서 인상 깊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당황했다”고 했다. 강 교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쪽은 “성격도 호탕하고 능력도 좋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이었다. 사건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고려대에서는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한겨레> 11월22일치 9면)이 제기된 이아무개 공대 교수의 사표 수리 소식에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성폭력 사건을 덮으려는 고려대를 규탄한다’는 대자보와 성명을 통해 “사표 수리를 취소하고 대학원생 인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원익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공론화할 기회가 송두리째 차단됐다”고 비판했다.
고려대는 이 교수가 지도 학생에게 “첫사랑을 닮았다”며 지속적으로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사표를 내자 1주일여 만인 지난달 28일 사표를 수리했다. 고려대는 “이 교수가 학내 조사에 불응했다. 교원 신분을 빨리 상실시키는 것이 가장 무거운 처분으로 봤다. 사립학교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면 거부할 재량권이 없다”고 했다.
서영지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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