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인 ㄱ(24)씨는 2012년9월 부인 ㄴ씨와 사이에서 둘째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생활고로 두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못 되자, 부부는 둘째아이를 다른 집에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미혼모 상담 사이트에 문의했지만 자격요건이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 ㄱ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이를 입양시키려고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아이를 갖지 못하던 ㄷ씨 부부가 글을 보고 연락했고, 며칠 뒤 ㄴ씨를 만나 생후 한달 된 아기를 넘겨받았다. 이들 부부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ㄷ씨는 그날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200만원 찾아 “큰 아이 분유값에 보태시라”며 건넸다. ㄷ씨 부부는 이 아이를 친자로 출생신고한 뒤 지금까지 기르고 있다.
이 일로 ㄱ씨는 군검찰에, 민간인인 ㄴ씨와 ㄷ씨는 의정부지검에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의정부지검은 아동매매로 볼 수 없다며 ㄴ씨와 ㄷ씨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군검찰은 ㄱ씨를 기소했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에서는에선 유죄로 인정하고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형이 낮다는 군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ㄱ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으로 형을 높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군사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비록 피고인 부부가 적법한 입양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이 아내와 공모해 보수나 대가를 받고 아이를 매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 부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입양시킬 의사로 ㄷ씨 부부에게 인도한 것이고 ㄴ씨가 받은 200만 원은 매매의 대가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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