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원장회의서 ‘심급제 재검토’ 언급
상고법원 추진 앞두고 협조당부 뜻
헌법 보장 재판받을 권리 폄훼 논란
상고법원 추진 앞두고 협조당부 뜻
헌법 보장 재판받을 권리 폄훼 논란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은 당연히 3심까지 해야 한다는 인식은 낭비·소모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상소를 남발하는 국민 성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인데, 헌법에 보장된 3심까지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소송 당사자들에게 “낭비”라고 발언한 것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5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은 으레 3심을 거치는 것이라는 낭비적·소모적인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온갖 지혜를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판에 대한 상소율을 낮추고, 하급심의 재판이 상급심에서 좀처럼 뒤바뀌지 않도록 함으로써, 재판은 1심으로 그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 것이 우리의 종국적인 목표”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1심에서 충실하고 만족도 높은 심리가 바탕이 돼야겠지만, 상급심에서도 심급제도의 운영에 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이 언급한 ‘심급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란 상고법원 도입을 뜻한다. 대법원은 이르면 다음주께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을 통해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상고법원 도입에 적극 협조해달라며 당부하고 나선 셈이다.
대법원은 상고심이 급증해(2013년 기준 3만5000여건) 충실한 심리가 어렵다며 상고법원을 만들어 일반 사건들을 떼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정치권 등에서는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상고심이 많은 이유는 1·2심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재판의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지 국민 성향만 탓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 불신과 관련해 “사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오랜 기간 우리가 의심 없이 행하고 있던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타성과 관행에 젖은 무관심과 방관이야말로 가장 경계하여야 할 신뢰의 적”이라며 법원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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