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하는 성탄 설치물. 서강대 교목처 제공
정문 광장에 재현한 예수 마구간 배경에 세월호 벽화
교목처 처장 김용해 신부 “정치적 해석은 말아달라”
교목처 처장 김용해 신부 “정치적 해석은 말아달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러 와주세요”
서강대 알바트로스 광장에 세월호 벽화가 배경으로 깔린 크리스마스 기념 시설이 설치돼 화제다.
천주교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는 2000년부터 해마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 마구간을 재현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매년 마구간의 컨셉이 달라진다. 지난해에는 도시 빈민을 상징하는 산동네와 가난한 농촌이 배경이 됐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 차원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 곁에 예수님이 함께한다는 뜻을 담았다.
매년 컨셉 달리해 ‘아기 예수 탄생’ 재현 시설물 설치
마구간 중심에는 흰색 천에 싸인 구유가 놓여있다. 구유는 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이다. 마구간의 구유는 아기 예수의 탄생이 가장 절망스런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용해 신부(서강대 교목처 처장)는 8일 “구유가 상징하는 것은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이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에게 찾아간 것”이라며 “올 한해 국민들 모두가 아파했던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고 세월호 벽화를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벽화에 그려진 바다 위의 노란 별은 절망 속에서 빛으로 온 하느님을 표현한 것”이라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절망스러운 곳까지 스며들고 무고한 죽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적극적인 진상 규명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모교에서 세워진 세월호 상징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신부는 “정치적인 해석은 말아달라”며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신학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 교육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더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성탄 구유’ 설치물은 2015년 1월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정문 인근 알바트로스 광장에서 볼 수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세월호 기억하는 성탄 설치물. 서강대 교목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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