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꾸던 예지에게
사랑하는 내 딸, 친구 같은 내 딸 예지야.
수학여행을 갔다 와서 토요일에 엄마와 영화 보러 가기로 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콘서트도 같이 보러 가기로 했는데…. 예지를 못 본 지 벌써 23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구나. 엄마는 아직도 예지가 수학여행에서 돌아올 것 같은 착각 속에 매일 살고 있단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하느라 네가 어린 동생과 놀아주고 밥 챙겨주느라 친구들과 자주 놀러가지도 못하고…. 그래서 엄마는 아직도 예지에게 미안하고 미안해.
수학여행 가기 전날 외할머니 생신 때 예지가 용돈 모아 사준 영양크림을 할머니는 아직도 못 쓰고 바라만 보며 울고 계신단다. 통통하다고 사진 찍는 거 싫어해서 사고 나기 전 예쁜 벚꽃 나무 앞에서 너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마지막 선물이 되어버렸구나. 너의 동영상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엄마는 너의 목소리를 잊어버릴까 봐 기억하려고 매일매일 노력한단다.
그 차디찬 컴컴한 바닷속에서 구해달라며 엄마, 아빠를 찾았을 너를 생각하면 아직도 엄마는 잠을 잘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어. 뜨거운 물에 씻을 수도 없더구나. 엄마는 너 따라가고 싶어도 아직 갈 수가 없어. 네가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알 수 있을 때까지 엄마는 계속 싸우고 밝혀 나가려고 해. 그때까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며 쉬고 있으렴.
오늘이 네 생일인데 너 없는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구나. 너무 보고 싶고 안아 주고 싶고 사랑한단 말을 하고 싶은데 꿈에라도 한번 나타나주렴. 사랑한다 내 딸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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