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부사장씩이나 하는 분들의 의식 상태가 원시적이며 미개하다는 거죠. 계몽이 필요합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보직 사퇴가 ‘무늬만 사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진 교수는 10일 새벽 트위터에서 “조현아 사퇴. 그분이 사퇴하든 말든 관심없고, 핵심은 승무원과 사무장이 이번 일로 불이익을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벼운 질책이나 수정의 권고로 그쳤어야 할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땅콩이 봉지 안에 들어 있든, 접시 위에 담겨 있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항공사의 부사장이라는 이가 규정을 무시하고, 승객들 전체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한 것이죠. 도대체 그 행위는 무슨 매뉴얼에 따른 행위랍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땅콩이 봉지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를 가지고 그렇게 난리를 치신 분이라면, 자기가 저지른 엄청난 규정위반에 대한 대가가 어때야 할지도 아셔야겠죠”라며 “기장은 그냥 이륙을 했어야 하고, 특정 승객이 땅콩 껍데기와 관련하여 과도할 정도로 요란한 컴플레인을 하신다면, 그냥 내리시라고 문을 열어드렸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그 어떤 인사상의 불이익도 가지 않도록 사회가 감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직원을 자유로운 계약에 따라 일하는 자본주의적 기업의 노동자가 아니라, 신분적으로 예속된 봉건주의적 머슴으로 바라본다는 데에 있습니다”라며 “한마디로 부사장씩이나 하는 분들의 의식상태가 원시적이며 미개하다는 거죠. 계몽이 필요합니다”라고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이 ‘6.4 지방선거’ 당시 말했던 ‘국민 미개’ 발언을 비유했다.
앞서 9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램프 리턴’ 지시 파문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책임지고 기내서비스 본부장 보직에서 물러났다. (
▶관련 기사 : “조 회장 일가 탑승 땐 승무원복 색깔까지 지시에 맞춰”) 조 부사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스럽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 직급과 등기이사, 한진관광 등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로, 언제든지 경영권 복귀가 가능해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