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뒤 되사주는 조건으로 문열고
허가 안나자 투자비 등 안돌려줘
분쟁 번져…“이면계약서 위법소지”
허가 안나자 투자비 등 안돌려줘
분쟁 번져…“이면계약서 위법소지”
‘대형마트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는 법원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부정적인 지역 여론으로 입점이 어렵자 ‘바지사장’을 내세워 점포 자리를 미리 확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제3자를 통해 동네상권에 진입하려 한다는 의혹은 많았지만 ‘기업형 슈퍼마켓-바지사장-건물주’ 사이에 작성된 ‘이면합의서’가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경기도 양주에서 마트를 운영하던 김아무개(51)씨는 2012년 9월 이마트로부터 매장을 팔 것을 제안받았다. 661㎡ 규모인 김씨의 점포는 장사가 꽤 잘됐다. 망설이던 김씨에게 이마트는 제안을 하나 더 했다고 한다. 당시 이마트는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 있던 ㅈ마트 자리에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입점을 시도했지만 지역 상인 등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마트는 3300㎡ 규모의 ㅈ마트 자리에 김씨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투자해 개인 마트를 운영하고, 2년 뒤 지역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서면 권리금을 최대 25억원까지 쳐서 되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마트는 이 과정에서 이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마트가 김씨에게 건넨 ‘개인사업자-이마트-건물주’ 간 3자 합의서에는 “2년 뒤인 2014년 8월1일에는 임대차계약을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넘겨주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마트는 건물주와 별도로 “ㅈ마트 자리 보증금 40억원은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가진다”는 채권양도통지서도 작성했다. 바지사장을 내세운 전형적인 이면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일은 이마트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2년이 지난 뒤에도 전주시는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김씨는 “전주 매장은 홍보비 등이 많이 들어가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이마트 쪽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2년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시설투자비 등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의 이면계약서 작성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내일의 서수완 변호사는 “이마트 쪽이 제3자를 다시 차명임대인, 차명경영인으로 내세운 것은 부동산실명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마트 쪽은 김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마트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15일 “이마트의 전주시 입점이 어려운 걸 알고 있던 김 대표가 먼저 전주에 가서 영업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단서 조항을 달아 2년 뒤 입점 허가가 나오면 이마트가 들어가기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은 해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이면계약 사례를 조사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대기업들은 지역의 좋은 자리를 우선 찜하고 허가가 나오면 간판을 바꿔 다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왔다. 법률적 책임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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