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았다” 일부서 잇단 청구
법원 “상소 기회 보장해줘야” 수용
검찰 “유죄 입증 어떡하라고” 불만
법원 “상소 기회 보장해줘야” 수용
검찰 “유죄 입증 어떡하라고” 불만
경기 파주의 속칭 ‘용주골’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문아무개(50)씨는 2001년 성매매 알선과 성매매 여성 협박 혐의(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등)로 약식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문씨의 주소지가 불명확해 약식명령문이 몇 차례 반송됐고, 법원은 공시송달을 했다. 공시송달은 당사자가 나타나면 관련 서류를 교부하겠다는 뜻을 법원이 밝히는 것으로, 공시송달 뒤 2주일이 지나면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결국 공시송달 뒤 3주(정식재판 청구 기간 7일 포함)가 지나 문씨의 판결은 확정됐다.
그런데 문씨는 13년 전 약식재판 사실을 올해에야 알게 됐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판결문을 본 날부터 7일 동안 정식재판을 청구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새로 시작된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난감했다. 관련 기록들은 보존연한이 지나 폐기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시 경찰이 사건을 넘길 때 작성한 의견서를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 여성을 증언대에 세울 수 있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성매매 여성들은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어 증언을 꺼렸으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법정에 나와 문씨의 범죄를 증언했다. 지난 10월 청주지법은 약식명령 때와 마찬가지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렇게 약식명령문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10여년이 지난 뒤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는 일이 잇따르자, 검찰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문씨의 경우 다행히 송치 때 서류를 찾아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사건기록 보존기한(3년)이 지나 서류를 폐기한 뒤에는 유죄 입증이 불가능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04년 술자리에서 친구를 때린 혐의로 약식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아무개씨는 9년 만인 지난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의정부지법은 “수사기록이 폐기돼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증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는 한 이런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 일선 판사들은 “상소권 회복 시점은 단순히 판결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공시송달된 사실을 알게 된 때(직접 판결문을 본 때)부터”라는 대법원 판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벌금형 확정 뒤 3년이 지나면 집행(벌금 징수)도 못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록 보존기한도 3년으로 정했다”며 “(벌금 약식명령 사건은) 정식재판 청구 기간을 벌금 집행 시효인 3년 이내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생활이 불안정한 사회적 약자들이 판결문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판결문을 못 본 상태에서 벌금 집행에 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뒤늦게 판결 내용을 확인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정식으로 재판받을) 상소 기회를 보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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