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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침몰하던 그 시각 “사랑해요“ 마지막 문자…딱 한 번 볼 수 없겠니?

등록 2014-12-17 20:23

그림 박재동 화백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방송작가 꿈꾸던 혜원에게

사랑하는 혜원이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하며 설레 다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아빠의 눈에 선한데…. 차에서 내리면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데…. 가슴 속 깊이 박혀버린 너의 마지막 모습이 이제는 아빠의 머릿속에 영상이 되어 떠나질 않는구나.

너무나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내 딸 혜원아.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너를 볼 수 있다면 못난 아빠의 목숨도 버릴 수 있을 텐데. 차가운 바닷속에서 죽음을 앞두고 느꼈을 고통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아빠는 지금 살아가는 것조차 미안하구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연예인을 자주 보고 싶다며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던 우리 혜원이. 마냥 얌전한 줄만 알았는데 학교에서 여러 활동을 했던 것을 알고는 무척 놀라면서도 속으로 너무나 대견스러웠단다.

밤늦게 일하는 아빠가 걱정돼서 수시로 문자와 카카오톡을 보내주고, 가끔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돌아오는 너와 만나 함께 걸어오던 그 길. 이제 아빠 혼자 걸을 때면 너의 생각이 더욱 간절해 진단다.

사랑하는 내 딸 혜원아. 이렇게 이름만 불러도 아빠는 눈물을 주체하질 못한다. 엄마는 아빠가 너무 울어서 아빠가 안 보이는 곳에서 우는 것 같아. 지금 네가 있는 곳에서는 아프지 마. 엄마, 아빠의 아픔까지도 그대로 물려받아서 완전 판박이가 돼. 우리 혜원이 한 테 엄마, 아빠는 늘 미안했거든.

우리 혜원이 아픈 거 이제 다 아빠한테 주고 그곳에서 친구들하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 우리 혜원이는 아빠의 가슴과 엄마의 영혼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늘 우리 가족들과 함께할 것이야. 우리 혜원이가 마지막 문자로 ‘사랑한다’던 동생들도 언제나 너를 기억하고, 사랑하고, 영원히 잊지 않을 거라고 했어.

우리 다시 만나는 그때까지 아빠는 우리 혜원이가 있는 그곳이 어디라도 꼭 만나러 갈 테니, 즐겁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래. 미안하고 사랑한다. 영원히 엄마, 아빠가.


유혜원양은

단원고 2학년 3반 유혜원(17)양은 아빠, 엄마를 알뜰살뜰 챙기던 맏딸이었다. 중학생 때 혜원이는 동생들과 돈을 모아 ‘커플 컵’을 샀다. 혜원이는 이 컵을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와 아빠에게 건넸다. 얼마 후 아빠의 컵이 깨졌다. 혜원이는 도자기 공방에 가서 깨진 아빠의 컵과 똑같은 컵을 다시 만들어왔다.

혜원이는 여동생(중3)과 쌍둥이 남동생들(중2)을 잘 돌봤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오전 10시7분, 혜원이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1분 뒤에는 여동생에게도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겼다. 혜원이가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동생은 “언니를 언제나 사랑하고,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혜원이는 단짝이었던 2학년 2반 한세영(17)양이 발견된 다음날(4월22일)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혜원이는 세영이와 함께 서울 동작구 달마사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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