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외국인노동자센터’로 출발
연수생제 폐지·고용허가제 결실
“책임있는 지역사회 일원 키울 터”
연수생제 폐지·고용허가제 결실
“책임있는 지역사회 일원 키울 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루 구실을 해온 경기도 안산이주민센터가 창립 20돌을 맞아 국내 거주 외국인 175만명 시대에 다문화교육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등 ‘제2 도약’에 나선다.
산업기술연수생 제도가 도입되면서 2만~3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 몰려들던 1994년, 안산시 원곡동 한켠에 국내 첫 이주민 엔지오(NGO)단체인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들어섰다.
박천응(53·사진)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손가락이 잘려도 산재보상도 못 받고 체불임금에 좌절한 중국동포가 투신자살하는 등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인종과 출신지에 따른 이중차별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꾼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정부의 저인망식 단속과 추방이 확대되던 2004년, 이주노동자 100여명이 인간으로서 대우를 호소하며 180일간 항의 농성을 벌였던 곳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였다.
이 사건으로 박 대표는 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대표적 ‘반한 인사’로 지목됐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찾기 노력은 이후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의 폐지에 이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결실을 맺었다.
2005년에는 노말헥산에 중독돼 앉은뱅이병에 걸린 타이 여성 노동자들을 완치시켜 귀국시켰다. 또 ‘코시안학교’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의 자녀 교육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이면 그 자녀들은 학교에 갈 수 없던 상황에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는 258개 국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유엔아동인권협약에 따라 합법·불법과 상관없이 국내 학교에 특별학급을 신설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큰 구실을 했다.
1997년부터 ‘국경 없는 마을 만들기’에 나선 이후 2006년 안산이주민센터로 명칭을 바꾸면서 인권지킴이에서 이주노동자는 물론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 등을 위한 다문화지원센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박 대표는 “외국인 이주계층이 이제는 시혜 대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참여하고 책임있는 지역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언어와 문화 등의 다양한 교육에 힘을 쏟고 다문화 전문가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이주민센터 창립 20돌 행사는 세계 이주민의 날인 18일 저녁 7시 안산의 신안산대학 국제홀에서 열린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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