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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역행위…불사의 결단…사이비 진보”…반공 격문 같은 결정문

등록 2014-12-19 21:47수정 2014-12-19 22:35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 헌재, 진보당에 적나라한 적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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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대역(大逆)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에는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왕권을 범하는 큰 죄’를 뜻하는 ‘대역’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불사’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에서다. 재판관이 지향하는 가치가 비교적 폭넓게 반영되는 헌법재판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런 표현은 “하늘에 넘실대는 악은 불사(不赦)의 죄에 해당하므로 대역(大逆)으로써 논단하여 부관참시를 하였고…”(연산군일기)처럼 <조선왕조실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왕조시대에서나 쓰던 단어 구사
‘표현의 자유’까지 싸잡아 비난
두 재판관 보충의견 자체 이례적

안·조 재판관은 “진보당 주도세력과 북한의 각종 전술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없이 그들의 글을 읽고 주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일”이라고 ‘훈계’도 했다. 그러면서 진보당에 우호적이거나 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는 이들을 “광장의 중우(衆愚),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 영합 정치인 등 레닌이 말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두 재판관이 낸 19쪽 분량의 보충의견 자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관 의견 8 대 1로 ‘압승’을 한 상황에서 “피청구인 또는 반대의견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충하고자 한다”며 흡사 반공 웅변대회 연설을 방불케 하는 표현들을 동원한 ‘확인사살식’ 보충의견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2010년 ‘미네르바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이 나왔을 때도 다수(위헌)의견에 선 재판관 5명이 보충의견을 냈다. 하지만 반대(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아니라 재판관 7명이 합의한 내용보다 더 강한 수준의 위헌성을 주장하기 위한 보충이었다.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 역시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에서 “해산 결정은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며 ‘법률가’가 사용하기 어려운 감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정통 공안검사였던 황 장관과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동기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안창호 재판관도 사법시험 23회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한해 늦은 14기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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