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에서 한 장애인이 역사 내 승강기 설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이 역에는 장애인용 리프트만 설치돼 있다. 2014.12.22 (서울=연합뉴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시간 서울 11개 지하철역서 시위
장애인들이 ‘위험하고 느리고 고장이 잦은’ 지하철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아침 출근시간에 서울 11개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뇌병변 1급 장애인 김명학(56)씨는 22일 아침 7시40분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광화문역 3번 출구쪽 개찰구 안 계단에서 승강장쪽으로 리프트에 전동휠체어을 싣고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24m 아래에 있는 리프트는 올라오지 않았다. 고장난 것이었다. 역무소 직원은 설치업체에 연락해 부랴부랴 수리에 나섰다. 수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김씨 옆에서 수리가 완료되길 기다리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수리시간이 길어지자 장애인활동가 4명에게 휠체어를 들도록 부탁해 아래로 내려가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를’ 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민들을 향해 장애인 이동권을 호소했다. 고장난 리프트가 고쳐져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기까지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김씨는 “오늘처럼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리프트가 고장나 다른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한달에 5~6번 정도는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표는 “며칠전 상일동 역에서 리프트가 중간에 멈춰 불안감 속에 수십분을 기다리다 119를 불렀는데 오늘 또 광화문역에서 리프트가 고장났다”고 했다. 잦은 고장,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 느린 속도 등으로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리프트는 장애인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서울시 장애인 명예부시장 배융호(48)씨는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가 추락해서 장애인 부부 중 한명이 숨지고 한명이 크게 다쳤다. 그 이후 장애인 이동권이 이슈가 됐는데, 그 뒤로도 리프트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광화문역에서 출근 중이던 시민 이옥자(59)씨는 “정부가 다른 데 헛돈 쓰지 말고 장애인 이동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광화문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종로3가역, 건대입구역 등 서울 11개 지하철역 동시다발 리프트 탑승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단체는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엘리베이터가 없는 27개 역사 중, 현재 설치중인 3개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을지로4가, 약수역)을 제외하고는 6개역만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하고, 나머지 18개 역에는 엘리베티어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확인했다고 한다. 임영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애초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도 구조적인 문제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곳이지만 지난달부터 설치공사에 들어갔다. 오늘 퍼포먼스는 18개 역에 대해 엘리베이터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데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이날 퍼포먼스를 마치고 서울시청을 찾은 장애인들은 박원순 시장에게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와 장애인 이동권 등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고, 면담일정은 오는 30일 오전으로 잡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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