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소속 ‘코레일 유도단’의 황당한 팀 운영
규정에는 식비 등 지급…선수들 “받아본 적 없어”
규정에는 식비 등 지급…선수들 “받아본 적 없어”
#1. 코레일 유도단 선수들에게 지난 여름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새로 취임한 사장이 합숙소를 찾을 예정이니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합숙소로 모이라는 것”이었다. 코레일 유도단 규정상 선수들은 합숙소 생활을 원칙으로 했지만, 감독은 이들을 모두 부산, 경남, 경북 등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합숙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아침 일찍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선수는 “숙소 생활을 하는 것처럼 들어오도록 하고, 직원들이 가면 바로 해산시켰다. 보통 일주일 전쯤 얘기를 해주고, 전날에는 확인 전화가 왔다”고 했다. 코레일유도단의 합숙소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에 위치해 있다.
#2. 코레일유도단 선수들은 다른 선수단과 달리 각자 ‘집’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 시합장에 왔다. 선수들은 지난 6월 열린 ‘2014 청풍기 전국 유도대회’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이들을 관리하는 감독과 코치 1명은 옛 철도고등학교 유도부 출신으로 선수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코치 1명은 실업팀 선수 생활 경력이 있다고 한다. 코레일 유도단의 한 선수는 “다른 팀은 1년 내내 훈련을 하다 시합에 가지만, 우리는 당일 모였다가 시합이 끝나면 바로 헤어졌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선수들에게는 한달 평균 54만원의 식비가 제공되지만 대부분은 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코레일 유도단이 지난 10년 가까이 선수 경험이 없는 고등학교 유도부 출신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를 맡는 등 ‘황당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는 70여년 전통을 가진 코레일유도단을 “한국 실업 유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전국체육대회, 국제대회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했지만, 선수들은 그동안 이런 고충을 드러내지 못한 채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었다고 한다.
코레일 스포츠단 운영 규정을 보면, 스포츠단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합숙소를 운영하고, 이에 필요한 식비 및 관리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스포츠단의 대회 출전이나 각종 훈련을 위해 이동 차량과 유류비 등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다수 선수들은 “이런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철도공사는 2009년 이미 일부 운영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체 감사보고서’를 보면, 내부 감사를 통해 ‘유도단의 법인카드 사용 부적정 등’을 적발됐다. 코레일은 당시 “운영 경기 중 식대 집행 과정에서 정당한 식수 인원보다 부풀려 대금을 미리 결제하고 차액을 모아 두었다가 회식비로 임의 사용한 사실이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뒤 5년 동안 자체 및 외부감사보고서 요청에는 “자체 감사 결과 지적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유도단의 연간 운영 예산은 6억원이다. 코치진 3명의 급여로 1억8000만원을 지급하고, 선수 8명에게는 급여로 3억2000만원이 지급된다. ‘운영 경비’ 명목으로 1억원이 책정돼 있다. 코레일유도단의 한 선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고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해 왔다. 지난해 춘계대회에서 단체 금메달을 땄고, 실업연맹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국철도공사 홍보문화실 관계자는 “감독은 유도 6단이고, 2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다. 가르치는 것과 선수 경력은 다르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않았다고 실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식비도 영수증을 첨부해서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가 된 유도단 감독은 “우리는 시합 때만 합숙을 한다. 숙소를 제공하고 집이 인근인 사람만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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