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27일 오전 자신의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서울=연합뉴스)
9년새 고소 건수 70%↑ 기소 5%p↓
공직자들 언론 상대 소송도 빈번
“정부의 고소 남발이 영향” 지적도
공직자들 언론 상대 소송도 빈번
“정부의 고소 남발이 영향” 지적도
최근 10년 새 명예훼손 고소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기소율은 되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묻지마 고소’가 늘고 있다는 뜻인데, 언론과 시민 등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는 정부가 이런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대검찰청에서 받은 ‘명예훼손 사범 접수·처리현황(고소)’을 보면, 명예훼손 고소 사건은 2005년 7023건에서 지난해 1만2189건으로 1.7배로 늘었다. 올해도 9월까지 9489건이 접수돼 연말에는 1만3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소 사건 가운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2005년 27%이다가 지난해 22%까지 줄었다. 올해(9월까지)는 19%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묻지마 고소’를 남발·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뒤, 국가 대신 고위직들이 소송 주체로 나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가 2013년 1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두고 “국제첩보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다”고 하자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 각하됐다.
당사자 고소뿐 아니라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른 정치인 명예훼손 수사도 잇따르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 ‘만만회’(이재만·박지만·정윤회)가 국정을 농단한다고 주장했다가 보수단체 고발로 기소됐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수사·기소도 보수단체 고발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9월16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검찰이 곧바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전담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형법은 최종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소송을 통해 검찰에 문제 해결을 의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분쟁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 관련 판결 분석보고서’를 보면, 공직자·국가기관이 언론사 상대 소송에서 승소하는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소송 건수는 2008년 19건, 2009년 15건, 2010년 14건, 2011년 19건, 2012년 24건, 2013년 20건이었는데, 승소율은 2008년 79%, 2009년 73%에서 2012년 50%, 2013년 55%로 떨어졌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