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종영한 케이블티브이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학가에서 원작 만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 계약직 사원으로 분투하는 ‘장그래’의 모습과 팍팍한 현실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초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웹툰으로 연재됐던 <미생>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아홉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최근 같은 이름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원작 만화가 다시 관심을 끈 것이다.
28일 서강대 도서관의 인기 대출자료 순위를 보면, <미생>이 방영된 10월17일부터 이달 20일 사이 원작인 단행본 <미생>의 대출 순위는 2위였다. 1위는 역사만화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다. 이화여대 도서관에서도 만화 <미생>은 방송 기간 중 대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대출 순위를 권별로 집계하는 경희대 도서관에서는 같은 기간 <미생> 6권이 21위, 5권이 48위를 기록하는 등 50위 안에 <미생> 1~9권이 모두 포함됐다.
중앙대 도서관은 인기검색어에 도서명으로는 유일하게 ‘미생’이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학술논문 검색 사이트(DBpia), ‘자기소개서’, ‘장하준’ 등이다. 이 도서관은 <미생> 단행본 1~9권을 두 권씩 모두 18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세 권을 빼고 모두 대출 중이거나 대출이 예약돼 있었다. 건국대·성균관대·한양대 도서관 인기검색어에도 ‘미생’이 올라 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 ‘미생’들의 어려운 삶과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며 “미래가 불안한 대학생들이 주인공 장그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