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김아무개(40)씨는 부산 해운대구의 번화가에서 회사 동료와 송년회를 마치고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했다. 대리운전기사는 30분이 지나서 도착했다. 이씨는 “요즘은 20~3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그마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밤 10시~새벽 1시에는 웃돈을 줘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술자리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대리운전 기사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리운전기사들이 대리운전을 해주고 되돌아가는 교통편이 불편하거나 목적지에 도착한 뒤 근처에서 대리운전기사를 찾는 고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지역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남의 한 대리운전업체 김아무개(47) 사장은 “대리운전기사들한테 대리운전 출발지와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는데 기사들이 되돌아오는 교통편이 쉽거나 대리운전기사를 자주 부르는 곳과 가까운 목적지를 선호한다. 선호지역이 아닌 곳은 대리운전기사들이 수고비와 교통비 명목으로 웃돈을 달라고 해서 중간에서 고객들과 흥정을 한다”고 털어놨다.
대리운전기사들의 특정지역 기피를 막기 위해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던 부산의 한 대리운전업체는 지난 8월부터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운전기사들한테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이른바 ‘갑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경고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공정거래위의 조처를 반긴다. 부산의 대리운전기사 박아무개(55)씨는 “대리운전을 해주고 1만원을 받으면 30%를 대리운전업체에 지급하고 한 달 보험료만 10만원가량 한다. 우리 처지에서는 되돌아올 때 택시비가 많이 나오는 곳은 기피할 수 밖에 없다.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대리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먼저 필요한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부산의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미리 알려준 뒤에 일부 지역은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대리운전기사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의 조처로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길목이 좋은 곳만 선호하면 운전자들이 웃돈을 주며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들도 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리운전업체는 두 종류다. 대리운전기사를 보내달라는 전화가 걸려오면 대리운전기사들을 직접 보내는 단독형과 몇십~몇백개의 소규모 대리운전업체들이 대표 사무실을 만들어 대리운전기사들을 보내는 연합형이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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