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지연·권리침해 등 사유 때만 제외
“조사해보나 마나 믿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증거 채택하지 않겠습니다.”
내년부터는 판사가 이런 이유로 증거 신청을 거부하는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민사재판에서 소송 당사자의 증거 신청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적정한 증거채부 실무운영 방안’을 마련해 전국 법원에 배포했다고 30일 밝혔다.
새 기준을 보면, 법원은 절차를 심하게 지연시키거나 상대방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대부분 채택해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증거를 신청할 때는 증명할 사실과 취지를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항소심에서 새로 증거를 신청할 때는 1심에서 증거 신청을 하지 못한 이유와 새 입증 취지 등을 항소이유서에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사는 증거조사 필요성을 절차 지연, 재판 진행 저해 정도와 비교한 뒤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거래 정보 등의 제출명령을 신청할 경우에도 재판부는 정보 주체가 소송 당사자인지 제3자인지 구별해, 제3자 정보는 더욱 엄격하게 증거조사 필요성을 심사하고, 조회 정보도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그동안 일선 재판부에서는 증거의 신빙성이 낮아 보이거나 재판부의 심증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며 증거 신청을 하는 경우 증거를 채택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어 당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돼왔다. 대법원은 “재판부별 증거 채택 편차를 줄여 절차 진행이 예측 가능해지고, 심리도 충실해져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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