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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해 내내 ‘청와대 심부름’ 하다 망신살 뻗친 검찰

등록 2014-12-31 20:06수정 2014-12-31 20:37

‘숨진 유령’ 좇은 유병언 수사
산케이 지국장 기소로 역풍
조응천 영장 기각에 낭패
정치적 예민한 사건 떠맞다
능력과 자세 모두 의심 받아
31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1일 새벽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입장에서 2014년 세밑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달 남짓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수사에서 검찰이 ‘주범’으로 지목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31일 검찰 수사팀 안팎에서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새나왔다.

검찰은 야권 등에서 제기된 특검 도입론 등 구속영장 기각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느라 촉각을 세웠다. 검찰 스스로 “박관천 경정보다 죄질이 나쁘다”고까지 하면서 문건 유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그가 검찰의 각본에 휘말린 ‘희생양’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르려는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가 얼마나 무리하고 부실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대신 국회가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검찰은 2014년 한해 동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도맡아 처리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허망하거나 참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숨진 유령을 쫓은 셈이 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전적으로 유씨 일가에게 돌리며 그를 검거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전시도, 계엄령이 발동된 것도 아닌데 군병력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유씨는 엉뚱하게도 주검으로 발견됐다. 공권력은 조롱거리가 됐고, 수사를 지휘하던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은 옷을 벗었다. 검찰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일련의 사건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사정 중추기관으로서 검찰의 수사 능력과 자세 양쪽 모두에 더욱 짙은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못 잡는 건 말이 안 된다”고까지 한 유병언 수사는 결국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냈다. 또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는 “찌라시”로,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이번 사건은 결국 그 말처럼 끝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 기능은 전례없이 청와대의 주문에 부응하는 쪽으로 쏠렸다. 한해 동안 검찰 역량이 집중된 수사는 세월호 사고와 유병언씨 일가, 정윤회 보고서 유출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11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모두 박 대통령이 ‘엄단’을 강하게 주문한 건들이다. 수사 역량이 이렇게 대통령의 의중만 받들다 신통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사이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한 대형 비리 사건은 전무했다. 그나마 ‘깔끔하게’ 수사가 진행된 것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정도에 불과하다.

정환봉 노현웅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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