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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스검침원 도움으로 ‘세모녀’들 찾았네요”

등록 2015-01-01 19:33수정 2015-01-02 09:11

서울 강동구 천호3동 주민센터
복지 사각지대 가정 발굴 위해
가스검침업체와 협약 맺은 뒤
두달간 54가구 확인 20가구 지원
지난해 2월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70만원이 담긴 새하얀 봉투를 남겼다. 방세 50만원과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수도료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지난해 2월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70만원이 담긴 새하얀 봉투를 남겼다. 방세 50만원과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수도료 등을 어림한 돈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쓰지 않는 전기장판에 깔린 이불에선 한기만 느껴졌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인 33㎡(10평) 남짓한 집엔 어머니와 딸 둘뿐이었다. 어머니 이아무개(54)씨는 지난해 11월 재발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른한살 딸은 비정규직으로 여러 회사를 옮겨다니다 최근 갑자기 해고됐다. 서울 강동구 천호3동 주민센터의 장외영 주무관(34)이 이 집을 찾은 건 지난달 초였다.

요양치료가 필요한 이씨는 옷을 여러 겹 껴입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전기장판은 전기비 걱정에 아주 가끔 쓴다고 했다. 가스비는 3개월치가 밀려 있었고, 월세도 석달 넘게 못 냈다. 모아둔 돈은 모두 병원비로 썼다.

거의 집에서 생활하는 ‘이씨 모녀’의 사례가 알려진 건 천호3동 주민센터와 지역 가스검침업체가 맺은 협약 덕분이었다. 지난해 11월 천호3동 주민센터는 지역 내 가스검침 등을 맡은 ‘코원에너지서비스’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협약을 제안했고, 업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씨 집에 가스검침을 나갔던 검침원이 이런 사정을 보고 주민센터에 알린 건 협약을 맺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천호3동 주민센터에서는 장 주무관을 포함해 4명의 공무원이 복지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470여가구, 한부모가정은 200여가구, 차상위계층은 250여가구다. 한 사람당 평균 230가구를 담당한다.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일일이 발굴하기가 어렵자 장 주무관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의 사정은 즉각 알 수 있지만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하다 주민센터 맞은편 가스검침업체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 협약을 통해 지금까지 발굴해낸 복지 사각지대 가정은 54가구에 이른다. 공무원들은 일일이 현장을 찾았고, 이 가운데 20여가구를 지원했다. 도움받길 미안해하며,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고 했던 이씨 모녀에게도 밀린 가스비 25만원과 월세 30만원이 긴급 지원됐다. 재원은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사업’을 통해 모아진 성금에서 충당했다.

천호3동 주민센터 사례를 눈여겨본 강동구는 최근 가스검침업체와 협력해 이씨와 비슷한 처지의 주민들을 파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월세나 공과금이 밀린 가구를 찾는 ‘더함복지상담사’ 260명을 채용해 지난해 4월부터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6만여 가구에 긴급 복지지원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2월 말까지를 ‘동절기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기간’으로 삼고, 보건복지콜센터(129)와 ‘복지로’ 누리집(bokjiro.go.kr)으로 제보를 받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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