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백두·한라 해맞이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 새해 첫날인 1월1일 아침,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일출 여행 행사가 남과 북 끝자락에서 열렸다. 박재동 화백, 안도현 시인과 함께 백두산 천문봉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두 손을 높이 들고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백두산/이정용 선임기자
하산길 ‘정상회담 언급’ 소식
언 마음 녹고 남북평화 기원 바람은 밤새 휴게소 지붕 위에서 울부짖었다. 한쪽에서 마작패를 돌리던 사내들의 큰 목청도 덩달아 밤을 새웠다. 2014년 마지막 밤을 백두산 천문봉 휴게소에서 보낸 일행은 일출 시각에 맞추어 휴게소를 나섰다.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2015 새해맞이 백두산 일출 여행’에 참가한 이들이었다. 해방 70주년의 첫날을 백두산에서 맞이하기로 한 주주·독자 10여명은 박재동 화백, 안도현 시인과 함께 30일 출국해 연길과 천문봉 휴게소에서 이틀 밤을 보낸 터였다. 해방이 곧 분단과 대결로 이어진 얄궂은 역사를 이제는 청산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길이었다. 채찍 같은 눈보라에 등을 떠밀려 가며 천문봉 정상에 오른 일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동쪽 하늘을 응시했다. 이윽고 을미년 첫 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깔끔한 일출은 아니었다. 안개가 뿌옇게 시야를 가린 가운데 보름달 정도 밝기의 해가 둥그렇게 솟아 올랐다. 그래도 일출은 일출. 게다가 뜻깊은 해 을미년의 첫 일출 아니겠는가. 일행은 환호성을 올리고 언 손을 흔들며 해에게 인사를 보냈다.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해를 향해 선 채 마음속 기원을 새기는 이도 있었다. 일행 중 최연장자인 60대 중반 송기수씨는 천지를 향해 새해 금연 결심을 큰 소리로 고했다. 해가 좀 더 높이 올라오면서 안개도 좀 걷히고 색깔도 짙어졌지만 안개에 가려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방 70년이 되도록 남과 북으로 갈리어 오해와 갈등, 적대의식을 벗지 못하는 현실을 그 뿌연 해는 상징하는 듯했다. 겨레의 2015년이 아직 말끔하지는 않다는 것, 필터처럼 해를 가린 역사의 안개는 결국 우리 손으로 걷어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내려오는 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소식을 들은 일행은 새해에는 남북관계도 풀리고 우리 사회의 여러 아픔도 두루 해소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백두산/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 새해 첫날인 1월1일 아침,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일출 여행 행사가 남과 북 끝자락에서 열렸다. 현기영 소설가, 강요배 화백 등과 제주도의 다랑쉬오름에 오른 이들은 성산일출봉 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 땅의 평화를 그렸다. 제주/신소영 기자
4·3 비극 서린 다랑쉬오름으로
“분열 없고 화목한 사회 되기를” 을미년 새해 첫날 제주에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얼굴을 때리는 싸락눈이 빠드득 빠드득 소리를 내는 듯 했다. 1일 오전 7시20분께 제주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오름이자 한라산 동쪽자락 다랑쉬오름에 오르자 어둠이 걷히면서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구름과 눈보라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끈다랑쉬오름, 은월봉, 용눈이오름, 손자봉,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 높은오름, 돌오름 등 오름으로 가득찬 제주의 웅장한 자연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한 ‘2015 새해 맞이 한라산 일출 여행’은 애초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의 하나로 한라산 정상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31일 오후부터 1일 새벽까지 몰아닥친 강풍과 대설로 한라산 등반이 통제되자 다랑쉬오름으로 진로를 바꿨다. 다랑쉬오름 주변 다랑쉬마을은 4·3 당시 폐촌됐고, 인근 다랑쉬굴은 1949년 12월 피신해 있던 어린이와 부녀자 등 주민 11명이 토벌대에 집단학살된 곳이다.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데 4.3 비극의 역사가 어려있는 다랑쉬오름 만큼 상징적인 곳도 없었다. 이날 행사에는 1988년 <한겨레> 창간 당시 소설 <바람타는 섬>을 연재했던 현기영 소설가와 강요배 화백, 김상철 제주4·3연구소 이사장 등 연구소 회원 20여명이 참여했다. 김 이사장이 준비한 과일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4·3영령들을 위한 고사도 지냈다. ‘평화기원문’을 읽은 현기영씨는 “지난해는 사회분열이 아주 심각했다. 올해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대로 분열이 없고 화목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망했다. 김상철 이사장도 “지난해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던 해였다”고 회고하고 “4·3영령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새해를 출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행사에 참가한 김동만 제주한라대 교수는 “가정과 학교에서 새해에는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날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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