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출간됐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아무개(4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대한항공 기장으로 근무하던 2008∼2011년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수차례 작성해 조종사 노동조합 누리집 등에 올리고 김일성 주석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씨가 소지한 수백개의 컴퓨터 파일 가운데 9개 파일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룡운(한용운)의 시와 님>,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 번역본 등은 그 내용과 작성의 동기 등을 살펴보면 선뜻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으로 보기 힘든 표현물”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김씨가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숙도에 비추어 본 김씨의 행위의 위험성의 정도”를 감안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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