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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는 것만 같아 안았는데 눈을 뜨지 못하더구나…가족사진 곧 넣어줄게

등록 2015-01-07 20:23수정 2015-01-07 22:41

그림 박재동 화백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네일아트 하고 싶어한 이연화에게 사촌언니가

사랑하는 연화에게.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쓴다. 4월16일, 우리 가족의 시간이 멈춘 날이야. 아침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에스엔에스(SNS)로 수다 떨던 널 보며 ‘잘 가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며 제주도 감귤초콜릿을 사오라고 했었는데…. 산후조리 중이던 언니는 아기를 돌보며 울면서 한없이 기도를 했어. 당연히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어. 전원 구조라는 말도, 대대적인 구조작업 중이라는 정부의 말도 믿었지만 결국 아무도 돌아오질 못하더구나.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26일 된 신생아를 안고 진도로 갔지. 아비규환이었어. 구조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네 이야기를 들었기에 곧 구조되리라 믿었는데…. 야속하게도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일주일이 되던 날, 너는 111번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지. 예쁘게 눈을 감고 자는 것만 같아 모두 네가 살아 있다고 생각해서 너를 안고 비볐단다. 당장에라도 눈을 뜰 것만 같았는데, 넌 결국 눈을 뜨지 못하더구나.

벌써 너를 보낸 지 250일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구나. 춤도 잘 추고 손재주가 좋아서 뭐든 잘 만들던 너였는데. 작은 얼굴에 하얀 피부, 손가락도 가늘고 길어서 내가 늘 부럽다고 말했지. 툴툴대면서도 심부름시키면 다 들어주고, 언니가 임신했을 땐 짜증도 다 받아주고 함께 운동도 해줬었는데…. 갑자기 떡꼬치가 먹고 싶다 했을 땐 동네를 다 뒤져서 사왔던 너였는데…. 이제는 너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나중에 커서 네일아트를 하고 싶다면서 가족이나 친구들 손톱 예쁘게 정리해주고 꾸며주던 착한 아이였는데….

며칠 전에 언니는 결혼식을 올렸어. 결혼식 때 네가 심부름해주기로 했었는데…. 심부름 안 해줘도 좋으니 결혼식 때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 결혼식 때 다 같이 찍은 사진 나오면 액자로 만들어서 네가 있는 곳에 넣어줄게. 아 그리고 연예인 소지섭을 좋아했던 너는 늘 자신을 소지섭 부인이라고 했었는데, 네가 있는 곳에 소지섭 사진도 함께 넣어줄게.

착하고 예쁜 내 동생. 다음 생애는 언니가 너의 동생으로 태어나서 심부름 많이 할게. 얼마 전 열여덟번째 생일날이었잖아. 즐겁게 보냈어? 작년 생일에 친구들에게 받은 과자박스를 자랑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아직도 네가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마음이 많이 아팠어. 가족끼리 고민하다가 널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생일 파티 해줬단다. 하늘나라에서 네 생일 파티 보면서 행복했길 바래.

사랑하는 연화야. 가족들도 친구들도 널 기억하며 항상 함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갈게.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 나누자. 사랑해 연화야. 너를 사랑하는 사촌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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