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가장, 생계 불안감 토로
경찰 “상황 못 견딘듯” 구속영장 신청
경찰 “상황 못 견딘듯” 구속영장 신청
“구직 서류를 넣어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도 없었다. 서류에서 계속 탈락했다.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
6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강아무개(48)씨는 경찰 조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잇단 구직 실패와 주식투자 실패,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는 불안감은 결국 가족을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명 사립대 경영학과를 나와 컴퓨터 관련 회사 재무 파트에서 일하던 강씨는 2012년 말 후배 직원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강씨를 조사한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7일 “강씨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40대 후반인 강씨에게 ‘억대 연봉’을 맞춰 줄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구직에 실패한 뒤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2012년 11월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중 2억7000만원을 주식투자로 잃었다.
경찰은 강씨가 ‘가족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경찰에서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씨의 아버지도 경찰에서 “아들을 어렵지 않게 키워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자)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가슴을 쳤다고 한다. 정경택 서초서 형사과장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서 (자신의 상황을) 견디지 못했던 거 같다. 경제적 어려움 외에는 다른 범행 동기는 조사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의 살해 동기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출받고 남은 돈이 1억3000여만원에 달하는데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내와 14살, 8살 된 두 딸을 죽인 뒤에 보인 행적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강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손목 자해를 하고, 충북 청주 대청호에도 뛰어들었지만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겁이 나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김성태 서초서 강력4팀장은 “강씨가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하며 ‘죽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파트 현장검증은 이르면 9일 진행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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