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잇단 구직·투자 실패…가족 미래 두려움이 빚은 ‘참극’

등록 2015-01-07 21:50수정 2015-01-07 22:26

‘세모녀 살해’ 가장, 생계 불안감 토로
경찰 “상황 못 견딘듯” 구속영장 신청
“구직 서류를 넣어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도 없었다. 서류에서 계속 탈락했다.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

6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강아무개(48)씨는 경찰 조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잇단 구직 실패와 주식투자 실패,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는 불안감은 결국 가족을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명 사립대 경영학과를 나와 컴퓨터 관련 회사 재무 파트에서 일하던 강씨는 2012년 말 후배 직원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강씨를 조사한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7일 “강씨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40대 후반인 강씨에게 ‘억대 연봉’을 맞춰 줄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구직에 실패한 뒤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2012년 11월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중 2억7000만원을 주식투자로 잃었다.

경찰은 강씨가 ‘가족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경찰에서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씨의 아버지도 경찰에서 “아들을 어렵지 않게 키워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자)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가슴을 쳤다고 한다. 정경택 서초서 형사과장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서 (자신의 상황을) 견디지 못했던 거 같다. 경제적 어려움 외에는 다른 범행 동기는 조사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의 살해 동기를 두고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출받고 남은 돈이 1억3000여만원에 달하는데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아내와 14살, 8살 된 두 딸을 죽인 뒤에 보인 행적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강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손목 자해를 하고, 충북 청주 대청호에도 뛰어들었지만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겁이 나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김성태 서초서 강력4팀장은 “강씨가 자신의 행동에 후회를 하며 ‘죽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파트 현장검증은 이르면 9일 진행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