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점거농성에 나섰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간부 3명에 대해 경찰이 8일 오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3시간 점거에 과도한 공안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민주노총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신아무개 노조 부지부장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 주거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서아무개 조직부장에 대해, 은평경찰서는 정아무개 전북전주 부지회장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에 진입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다른 노조원에 비해 가담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며 영장신청 사유를 밝혔다. 이 3명과 함께 연행됐던 노조원 219명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석방됐다.
박재범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사측과 면담을 요구하러 건물에 들어갔다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3시간만에 자진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강제연행해 48시간을 채워 무리하게 수사하고, 결국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공안탄압 ”이라고 규탄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벌률원)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최소한의 노동조건은 원청인 SK가 권한을 갖고 있다.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SK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안 나서고 있기 때문에 대화하자는 소박한 요구를 하며 건물로 들어갔고 3시간 앉아 있다가 자진해산했다. 이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은 무리한 과잉수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까지도 공안탄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방자와 조합원 2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중구 SKT타워 앞에서 집결하여 규탄결의대회를 열었고, 오후 7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SK비정규직 문제해결 촉구 대시민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소속 노조원 600여 명은 지난 6일 오전 9시께 SK그룹 본사 건물 로비와 4층에서 사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사측이 면담 요구를 수용하자 로비에 있던 400여 명은 자진 해산했다. 4층에 남아있던 노조원 222명은 집단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서울 23개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에 간접고용된 인터넷과 인터넷TV·전화 설치기사들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 근절과 고용보장,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20일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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