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글 잘 썼던 제훈에게
사랑하는 제훈이에게.
오늘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269일째 되는 날이야. 이곳은 이렇게 추운데 거긴 어때? 너는 좋은 곳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엄마는 한편으로 네 걱정이 되는구나. 내 사랑하는 아들, 제훈아. 불러도 불러도 채워지지 않는 그 이름. 너에 대한 그리움이 엄마 주위를 맴돈다. 그때 우리 제훈이가 얼마나 애절하게 엄마를 불렀을까. 제훈이가 하루아침에 증발되었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이젠 엄마와 같이 아침을 맞이할 수 없고 네 식구가 둘러앉아 식사도 같이 못하는구나. 너와 비슷한 체격의 다른 학생이 지나갈 때면 그 뒷모습을 보면서 너를 떠올리고 눈물을 흘려야만 하다니 이런 상황이 어찌? 일어났는지? 엄만 지금도 믿어지질 않는다. 엄마의 기쁨이고 자랑이었던 네가 한순간에 이렇게 사라지다니, 그리고 그런 널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다니 엄마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엄마는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곱씹고 또 곱씹어 생각했단다. 그렇게 괴롭고 애통할 수가 없었단다. 엄마는 억울함에 네가 이 세상을 왜 떠나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만 했기에 국회며 광화문에 다녔어. 그렇게 힘들게 엄마를 불렀을 텐데도 아무런 대답을 해줄 수 없어서 엄마가 미안해.
요즘은 엄마와 아빠 마음에 희망이 깃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단다. 네가 떠난 슬픔과 상실감, 그리움의 떨치기 힘든 그 자리에 새로운 빛이 들어와 생명의 소중함을 모든 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많은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서 받았듯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 이런 생각도 네가 우리를 떠나고 난 후 생겼구나. 너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잘 살아갈게. 사랑해 제훈아.
연재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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