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26분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차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대규모 인명 피해 부른 의정부 아파트 화재
“불이 나도 화재경보나 대피 방송 없었다”
4명사망, 99명 부상…건물·차량 불 타
“불이 나도 화재경보나 대피 방송 없었다”
4명사망, 99명 부상…건물·차량 불 타
경기도 의정부 한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큰불이 나 주민 등 1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10일 오전 9시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날 불로 오후 7시 현재 입주민 한아무개(26)씨 등 4명이 숨지고 박아무개(34)씨 등 99명이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거나 화상을 입어 의정부와 서울의 9개 병원에 분산 치료 중이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 7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져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불은 인근 건물로 옮겨붙어 10층과 15층짜리 건물 등 모두 3개 동을 태웠다. 또 주차장에 있던 차량 12대도 모두 탔다.
이날 불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1층에서 펑 소리가 나더니 불길이 일었다. 20분 만에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원룸 등 인근 ‘드리타운’과 ‘해뜨는 마을’ 등 각각 10층과 15층짜리 건물 2동으로 번졌다. 때문에 인근 요양병원을 비롯한 다른 건물 주민들도 긴급 대피했다.
불길이 커지며 1층 출입구가 막히자 주민들이 갇혔다가 건물 안으로 진입한 소방관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저층 주민은 창문에서 비명을 지르다 뛰어내리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옥상으로 피신했다 소방헬기 4대에 의해 구조됐다.
주민을 구조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경찰관 2명도 갇혀 7층에 있던 1명은 사다리차로 구조됐다. 3층에 갇힌 경찰관 이재정(35) 순경은 에어매트로 뛰어 부상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헬기 4대를 비롯해 장비 70대와 소방관 160명을 동원했지만 진입로가 좁고 건물 뒤편이 지하철 철로여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도 1천여명을 동원해 인명 구조를 벌이기도 했다. 불은 이날 오전 11시 44분께 진화됐다.
당국은 이번 불이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 차량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1층 우편함 주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온 상태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경찰은 건물 안에 있던 입주민들이 “불이 났는데도 화재경보나 대피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따라 소방설비 등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관련자들이 화재에 신속히 대응했는지, 건축자재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7층에 거주하는 윤아무개(35)씨는 “현관으로 연기가 들어와 불이 난줄 알았다”면서 “화재 경보는 물론, 스프링쿨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19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층 주민 정아무개(27)씨는 “잠을 자던 중 창문 밖에서 번쩍번쩍하고 (불이)타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보니 불길이 치솟았다”며 “대피방송이나, 화재 경보 소리를 듣지 못했고, 3층 유리창을 부수고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이름은 아파트이지만, 허가는 오피스텔로 나 있어 ‘주거용 오피스텔’로 불리고 있다. 불이 처음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불이 번진 드림타운은 모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다. 2013년 입주가 시작된 새 건물이다. 인근 해뜨는 마을은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다. 이들 건물 3개동에는 모두 264가구가 살 수 있다.
한편, 사망자는 의정부 지역 4개 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부상자들은 의정부성모병원 28명, 추병원 20명, 의정부백병원 19명, 의정부의료원 13명, 상계백병원 10명, 노원 을지병원 4명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한강성심병원·고대안암병원·원주기독병원에서도 각 2명씩 호송됐다.
의정부/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10일 오전 9시26분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차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0일 오전 9시26분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아파트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차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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