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으로 희생된 한 학생의 책상 위에 조화가 놓여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 9713건→1만662건
사이버 폭력·명예훼손·모욕 등 정서적 폭력 증가 두드러져
반공개적으로 실시하는 교육부 조사 결과는 “감소세 지속”
사이버 폭력·명예훼손·모욕 등 정서적 폭력 증가 두드러져
반공개적으로 실시하는 교육부 조사 결과는 “감소세 지속”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해 1학기에도 학교 폭력 사건은 더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조사로 학교 폭력이 감소 추세라고 했던 교육부 발표와는 정반대라, 교육부 실태조사 신뢰도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11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폭자위)가 심의한 학교 폭력 사건 현황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1학기(3~8월) 학교 폭력 심의 건수는 1만662건으로 2013년 1학기 9713건보다 9.8% 증가했다. 학생 수 변동을 고려한 1000명당 학교 폭력 심의 건수는 1.49건에서 1.69건으로 13.2% 늘었다. 폭자위는 피해가 심각하거나 가해·피해 학생 쪽이 갈등 조정에 실패한 학교 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학교내 공식 기구다.
학생의 신체·심리적 격변기를 낀 중학교에서 1000명당 3.56건으로 학교 폭력 빈도가 가장 높았다. 초·중·고에서 두루 학교 폭력이 증가했는데, 특히 초등학교에서 증가율이 43.5%(2013년 0.35건→2014년 0.51건)로 많이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시·도별로는 대구에서 학교 폭력 건수가 1000명당 3.12건으로, 2013년 1학기에 이어 지난해 1학기에도 가장 많은 발생 빈도를 보였다. 증가율은 울산이 가장 높은 62.1%(1000명당 1.03건→1.68건)였다.
가해 유형을 보면,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모욕 같은 정서적 폭력의 증가율이 각각 32.8%, 30.5%(2013년 1학기 대비)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학교 폭력 현황은 ‘학교 알리미 공시 자료’로서, 교육부 공식 통계이다.
앞서 교육부는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 학교 폭력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2014년 9월15~10월24일 초4~고2 학생 410만여명, 희망 학부모 8만9천여명을 상대로 1학기 학교 폭력 실태를 온라인 설문조사했더니, “피해를 봤다”는 응답률은 1.2%로 2013년 1학기 1.9%, 2013년 2학기 1.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학교 폭력 피해 응답률이 2012년 8.5%에서 2014년 1.2%로 낮아지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학교 폭력이 ‘사건화’한 폭자위 심의 건수는 되레 늘었다는 점에서, 교육부 실태 조사는 신뢰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조사 참여율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어서 학생·학부모들을 ‘비자발적으로, 한꺼번에’ 또는 ‘반공개적으로’ 조사에 참여시키는 사례들이 있는 만큼, 조사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후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 교육 방향을 ‘경쟁’에서 ‘안전·생명’으로 돌리자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서도 학교 폭력이 늘었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학교 폭력 실태 파악부터 대책까지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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