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르포] ‘쌍용차 오체투지’ 마지막날
4박5일 행군 까맣게 변한 팔·배…
“해고자 생각에…몸보다 마음 아파”
전국 곳곳선 ‘굴뚝데이’ 응원전
“엄동설한 굴뚝농성 알리고 싶어”
4박5일 행군 까맣게 변한 팔·배…
“해고자 생각에…몸보다 마음 아파”
전국 곳곳선 ‘굴뚝데이’ 응원전
“엄동설한 굴뚝농성 알리고 싶어”
‘둥’ 하는 북소리와 함께 두 무릎이 먼저 땅에 닿았다. 이어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온몸으로 땅 위에 엎드린다. 남은 두 팔까지 땅에 던지면 ‘오체투지’ 한번이 완성된다. ‘둥’ 하는 두번째 북소리에 일어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팔꿈치, 배, 무릎 부분에 까맣게 때가 탔다. 지난 7일부터 4박5일간 진행된 오체투지가 남긴 통증이 가장 심한 곳도 팔, 배, 무릎이었다.
오체투지 마지막날인 11일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오전 10시45분께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청와대가 보이는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향하던 오체투지단을 경찰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교통에 방해가 된다”며 강제로 인도 위로 끌어 올렸다.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시작된 오체투지가 오후 4시께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이어지자 경찰은 또 한번 이들을 막아섰다. 50여명의 오체투지단은 밤늦도록 일어나지 못하고 절한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해고노동자 고동민(39)씨는 “4박5일간 바닥에 얼굴을 대며 해고 뒤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 끊은 동료들을 생각했다. 청와대 앞에 가서 정리해고 해결해 달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냥 갈 수 없다”며 울먹였다. 해고노동자 김수경(53)씨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에 막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있던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건 굴뚝 농성 30일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굴뚝데이’ 응원전이었다. ‘굴뚝데이’는 배우 김의성(50)씨가 트위터로 “11일 낮 12시 집에서 가까운 기차나 전철역 앞에서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역 앞에 섰다고 해 ‘역전의 용자’라 불린 이들의 사진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라왔다. 전아무개(29)씨도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섰다. 전씨는 “시간이 지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엄동설한에 두 사람이 굴뚝에 오른 걸 보고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며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만화가 강도하씨도 “굴뚝 농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화실과 가까운 경복궁역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섰다. 밖에 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집 안에서 가족들과 찍은 응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30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 70m 굴뚝에 머무는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극한 싸움에도 좀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는 걸 보면 내일은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만화가 강도하 씨.
전아무개 씨는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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