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국 신원·차량조회 2820만건
신원조회 경우 해마다 2배씩 급증
불특정 시민 대상 검문 크게 는 탓
‘집권 1~2년차 집권 차단’ 목적 커
검거율 2012년 2.4% → 작년 0.75%
신원조회 경우 해마다 2배씩 급증
불특정 시민 대상 검문 크게 는 탓
‘집권 1~2년차 집권 차단’ 목적 커
검거율 2012년 2.4% → 작년 0.75%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요?”
지난달 초 서울 종로3가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김아무개(32)씨에게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당황한 김씨는 신분증을 건네주며 이유를 물었다. 경찰은 “주변을 계속 서성이기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신원조회를 마친 경찰은 “감사하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신분증을 건넸는데, 경찰이 간 뒤에 생각해보니 ‘이게 불심검문이구나’ 싶었다.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나를 범죄자로 모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줄어들던 경찰의 불심검문이 박근혜 정부 들어 해마다 2배씩 늘고 있다. 11일 <한겨레>가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최근 5년간 ‘휴대용 신원조회기 사용 현황’을 보면,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지나가는 시민의 신원이나 차량을 조회한 건수는 지난해 2820만8383건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1563만880건에 견줘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불심검문의 증가 폭이 크다.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한 신원조회는 2012년 323만8918건에서 2013년 621만3650건으로, 지난해에는 다시 1180만7970건으로 해마다 두배씩 증가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성인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불심검문을 당한 셈이다. 휴대용 단말기로 차적을 조회한 건수 역시 2012년 1239만1962건에서 지난해 1640만413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불심검문을 ‘수상한 행동 등에 비춰 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들은 불심검문을 거부할 수 있고 이후 임의동행 요구도 거절할 수 있지만, 경찰의 갑작스런 요구에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10년 휴대용 조회기를 통한 불심검문(1602만7707건)과 차량 조회(5599만7503건)는 무려 7202만여건에 달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이 불심검문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2012년 5분의 1 수준(1563만여건)으로 뚝 떨어졌다. ‘실제 필요’보다는 경찰의 편의에 따라 불심검문 건수가 늘었다 줄었다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급격히 증가한 불심검문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권 1~2년차 집회 차단’을 들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청와대 주변에서 불심검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대형 집회 참가를 막으려는 목적에서 ‘위축효과’를 주려고 불심검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말하는 범죄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해 지명수배된 기소중지자를 검거한 비율(조회수 대비)은 2012년 2.4%, 2013년 1.5%, 지난해 0.75%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조회 통계는 불심검문 조회 건수뿐만 아니라 교통위반자, 기초질서 위반자, 형사사건 피의자 등에 대한 수배 여부 확인 사항도 포함된 통계”라고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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