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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국 18곳에서 ‘GMO 옥수수·면화’ 발견…생태계 교란 우려

등록 2015-01-11 20:45수정 2015-01-12 08:40

[월요 리포트] 꼭꼭 숨은 GMO식품
18곳 중 경기지역 12곳으로 으뜸
대부분 축산농가 주변 지역
사료곡물 옮기다가 흘린 듯
발견 즉시 박멸 처리 한다지만
국산종과 교배 이뤄질 수도
시민단체 회원들이 GMO(유전자 변형 식품) 옥수수 수입을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민단체 회원들이 GMO(유전자 변형 식품) 옥수수 수입을 철회하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전자변형 생물체(GMO)가 많은 우려를 낳는 건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안전성 논란이나 불합리한 표시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양의 지엠오를 수입하는 사이, 전국 곳곳에는 이미 ‘수상한 종자’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엠오 재배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이렇게 자라고 있는 유전자변형(GM) 작물은 그 자체로 큰 문제다. 수입 지엠오로 인한 국내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이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지난달 30일 입수한 국립생태원의 ‘유전자변형생물체 자연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13년에 전국 18개 지역에서 유전자변형 옥수수와 면화 등이 발견됐다. 유전자변형 옥수수는 경기도 평택시와 전북 김제시, 경남 김해시 등 3곳에서, 면화는 15곳에서 나왔다. 국립생태원은 “모두 647개 지역에서 유전자변형 작물로 의심되는 521개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모두 18개 지역에서 21개의 유전자변형 작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발견된 18곳은 경기도·전북·인천·경남·경북 등으로 이 가운데 경기 지역이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지엠오 발견 장소를 유형별로 살피면, 축산농가 주변 지역(9곳)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입 운송로(6곳)와 사료공장(3곳) 주변에서도 지엠오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식용·사료용 지엠오는 모두 수입산인데, 국내에 들여온 뒤 사료공장이나 축산농가로 옮기는 과정에서 옥수수 알갱이나 면화 씨앗이 흘러나가 저절로 싹을 틔운 결과로 보인다.

지엠오 유출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국내 생태계 교란’이다. 예를 들어 제초제에 강한 저항력을 갖는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운송 과정에서 빠져나와 잡초와 교배한다면, ‘슈퍼잡초’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30일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정부가 재배를 승인하지 않은 유전자변형 밀(품명 MON71800)이 발견돼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제초제에도 죽지 않은 이 밀이 정확히 어디서 유래했는지 미국 동식물검역국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10여년 전 오리건주에서 세계 최대의 지엠오 개발사인 몬샌토가 제초제 내성 형질의 유전자변형 밀을 시험재배한 일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숱한 ‘추측’이 오갔을 따름이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2일 오리건산 밀에 대해 검사 및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해당 밀에서 유전자변형 밀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밀의 약 절반은 오리건산이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11일 “미국의 몬샌토 등은 유전자변형 작물이 수입·운송 과정에서 우연히 떨어진다 해도 자생할 확률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국립생태원 실태조사 결과에서 보듯 이미 국내에서 유전자변형 작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국내 식품업계나 축산농가가 주로 유전자변형 콩·옥수수·유채(카놀라) 등을 수입하는데 유전자변형 카놀라가 농가 주변에 떨어져 비슷한 형질의 국산 배추와 교배가 이뤄진다든가, 지엠오 콩과 유기농 돌콩이 섞이는 일이 빚어지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6일 “국내에서 재배를 승인하지 않은 유전자변형 작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생태계 보호의 차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라며 “올해에도 유전자변형 생물체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조사팀이 이들 유전자변형 작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채취한 뒤 고압멸균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과 2013년까지 지엠오 자연환경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해온 국립환경과학원은 유전자변형 작물 유출로 인한 국내 생태계 교란을 막으려고 2009년 이후 해마다 조사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발견되는 유전자변형 작물 수도 함께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9년 첫 조사 때 159개 조사 지역 가운데 지엠오가 나타난 지역은 8곳에 그쳤다. 이듬해인 2010년(조사 지역 169곳, 발견 지역 10곳)과 2011년(조사 지역 177곳, 발견 지역 10곳)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사 지역을 크게 늘린 2012년(626곳)과 2013년(647곳)에는 각각 19곳, 18곳에서 지엠오가 나왔다. 조사 범위를 넓힐수록 ‘정체 모를 종자’도 더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발견 지역이 대체로 전국적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은 “국립생태원이 수입 유전자변형 생물체 유출에 따른 생태계 교란을 막으려고 조사 지역을 넓히고 있다고는 하는데, 모든 수입·유통 경로를 조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디서 어떤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자라고 있는지 농민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며 “수입·유통 경로 조사와 사후 처리에 못지않게 지엠오가 이동 과정에서 빠져나와 자라는 일을 막으려면 사전예방 조처도 중요할 텐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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