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차 진도 간첩단 피해자 원심 파기
“형사보상 확정뒤 6개월안에 소 내야”
“형사보상 확정뒤 6개월안에 소 내야”
1980년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소송을 두 달 늦게 냈다는 이유로 국가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소송을 낸 지 2년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법원이 갑자기 시효를 단축한 결과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제2차 진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 박동운(70)씨와 그 가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6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박씨 등은 1981년 남파간첩인 박씨의 아버지한테서 북한의 지령을 전달받았다는 이유로 국가안전기획부에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했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박씨 아버지는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지만 안기부는 그 가족을 ‘먹잇감’으로 삼아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씨는 16년을 복역했고, 어머니·동생·삼촌은 2~6년간 복역했다.
이들은 2009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재심을 청구해 그해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어 2010년 9월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돼 박씨 등 10명은 모두 19억3551만원을 받았다. 8개월 뒤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장애가 사라진 뒤에도)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를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 과거 3년까지 인정하던 소 제기 시효를 ‘형사보상결정일로부터 6개월’로 줄여 국가의 책임을 덜어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제1차 진도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정인씨 유족이 낸 소송에서는 국가가 5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김씨 유족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2012년 2월 소송을 냈다. 박씨 쪽과 김씨 유족들은 비슷한 간첩조작 사건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이들이 소송을 낸 지 1년10개월~2년7개월 뒤에 소 제기 시효를 줄여놓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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