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가공식품 12개 조사
8개서 MSG 유사 화학조미료 사용
8개서 MSG 유사 화학조미료 사용
특정 화학조미료 무첨가를 강조하며 실제로는 용도가 비슷한 다른 조미료를 넣는 ‘무첨가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소비자단체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식품업체의 이런 무첨가 마케팅은 대체 첨가물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과소평가 등 소비자의 오해와 혼란을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19일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와 함께’는 대표적 식품첨가물인 엠에스지(MSG·L-글루타민산나트륨) ‘무첨가’를 도드라지게 광고하는 일부 가공식품을 모아 성분을 살피니, 엠에스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제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한국식품연구소에 의뢰해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한 가공식품은 모두 12개로, 이 가운데 8개에서 엠에스지 대신 많이 쓰이는 에이치브이피(HVP·식물단백질 가수분해물) 성분이 나왔다. 이번 실태조사는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몇몇 대형 식품업체의 물만두, 짜장면, 우동, 요리용 양념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에이치브이피는 콩이나 옥수수, 밀 등을 염산(또는 황산)으로 분해해 만든 조미료로 각종 국물이나 소스, 면류에 많이 쓰인다. 엠에스지나 에이치브이피는 가공식품의 감칠맛을 높여주는 인공 조미료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엠에스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식품첨가물’로, 에이치브이피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박명희 ‘소비자와 함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무첨가 마케팅과 소비자’ 정책토론회에 나와 “많은 식품업체가 화학조미료의 대표격인 엠에스지 대신 소비자가 잘 모르는 에이치브이피 등 대체 첨가물을 넣으면서도 ‘엠에스지 무첨가’ ‘무엠에스지’ 등의 마케팅을 벌인다”며 “이런 식의 무첨가 마케팅은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균형잡힌 이해를 방해하고 혼란을 더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초 ‘엠에스지 무첨가’나 ‘무엠에스지’처럼 엠에스지 용어를 아예 식품에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식품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이런 무첨가 마케팅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화학조미료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처다. 식약처는 2월 행정 예고 기간이 끝나면, 이를 토대로 개정안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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