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넘긴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로, 통신사들은 이용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형두)는 임아무개씨 등 3명이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신자료제공 내역을 밝히지 않은 에스케이텔레콤은 2명에게 30만원씩 지급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도중에 내역을 밝힌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각각 1명과 2명에게 20만원씩 지급하라고 했다. 원고들 중 임씨는 세 통신사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거나 이용한 적 있어 세 곳으로부터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임씨 등은 참여연대와 함께 2012년 11월~2013년 2월 각 통신사에 자신들의 통신자료를 수사·정보기관에 제공한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 통신사나 인터넷 포털업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따라 이용자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 또는 해지일 정보를 제공해왔다. 이런 관행은 정보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 일시 및 기지국 위치 정보) 제공과 달리 법원의 영장이나 이용자에 대한 통보 같은 사전·사후 제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신사들이 제공 현황을 알려주지 않자 2013년 4월 소송을 냈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한달 만에 임씨와 김아무개씨에게 ‘통신자료를 제공한 적 없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수사기관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연하)는 지난해 5월 “에스케이텔레콤이 서씨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의 밀행성 보장은 수사 편의를 위한 것인 반면 통신자료제공 현황 공개는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호 가치가 더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파악하지 못해 느낀 불안감이나 불쾌감은 막연한 감정에 불과하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반면 이번에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신사들이 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하지 않거나 이를 지연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용자들이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 지급 의무가 있다. 금전적 손해배상이 기본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통신자료제공은 사전·사후 통제 절차가 없어 통신사가 무분별하게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더 크다”고 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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