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근무환경 개선위해 생겼지만
기본급 포함돼 못받는 경우 수두룩
기본급 포함돼 못받는 경우 수두룩
경기 안산시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근로계약서를 쓸 때 원장 앞에서 얼굴을 붉혔다. 원장이 내민 계약서엔 110만원이 조금 넘는 기본급과 20여만원의 각종 수당을 더해 130만원의 월급이 적혀 있었다. 이씨가 “왜 처우개선비가 없나요?”라고 묻자 원장은 “더 나은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시든가요”라고 답했다.
이씨가 말한 ‘처우개선비’란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겠다며 보건복지부가 2013년 3월부터 도입한 복리후생 제도의 하나다. 이에 따라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에서 나오는 월 최대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받게 됐다.
문제는 이씨 사례처럼 요양시설 원장들이 처우개선비를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임금에 포함시키는 현실이다. 대다수 요양보호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일하는데, 처우개선비 제도가 도입된 뒤에도 예전과 다름없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급여를 받고 일한다는 이야기다. 이씨는 “처우개선비를 다시 요구했더니 원장은 대신 기본급에서 10만원을 뺐다”고 밝혔다. 결국 월급은 똑같은 130만원이었다. 그런데도 요양보호사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요양원 쪽에 처우개선비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기 쉽지 않다.
보건의료노동조합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21일 ‘최저임금법 위반 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로 최저임금을 채우는 사례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달 초 고용부를 상대로 처우개선비의 성격에 관한 질의서를 보낸 적이 있는데, 당시 고용부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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