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디자이너인 안나 수이와 칼 라거펠트는 한국의 패션 기업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뚱뚱하거나 말랐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인 안나 수이는 ‘통통’하다. 샤넬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체중을 크게 줄여 비쩍 말랐다.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은 22일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패션업체들의 ‘신체 차별’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패션노조 등은 패션업체들이 디자이너를 채용하면서 모델처럼 키와 몸무게, 어깨 넓이 등의 신체 기준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이 공개한 ㅅ사의 정규직 티셔츠 디자이너 구인광고를 보면 키 165~168㎝, 몸무게 52~54㎏, 어깨 14 1/2~14 3/4인치 등을 지원 자격으로 제시했다. ㅋ사는 디자인 업무보조 인턴을 구하면서 ‘키 164~166㎝, 55사이즈’를 내걸었다.
디자이너 채용에 신체 사이즈를 보는 것은 ‘피팅(옷 착용) 모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아무개씨는 “피팅 모델을 따로 쓰는 비용이 아까워 막내 디자이너는 피팅 모델을 겸하지 않으면 취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취업을 위해 체형 교정 수술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대학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아무개(25)씨는 “면접을 20여군데 봤는데 ‘말랐다’, ‘우리 이미지와 안 맞는다’ 등 거의 몸매 평가뿐이었다. 취업용으로 열심히 만든 포트폴리오는 거들떠도 안 보더라”고 했다. 이들은 신체 차별 구인광고를 낸 57개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신체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