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블랙 아이스’ 현상으로 교통사고 4건이 잇달아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밑 노들길. 사진 박태우 기자
서울 당산역 인근 노들길
사고 수습 중 경찰 2명도
미끄러진 차에 치여 중상
사고 수습 중 경찰 2명도
미끄러진 차에 치여 중상
아스팔트 도로 위에 얇은 살얼음이 얼면 운전자의 눈에는 검은색 아스팔트만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블랙 아이스’ 현상으로 23일 새벽 3시간여 동안 같은 장소에서 교통사고 4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고가 난 곳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철교 밑을 지나는 노들길이다. 23일 새벽 2시4분께 철교 밑을 지나 한강대교 쪽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0분 뒤인 새벽 2시43분께 첫번째 사고 지점에서 100m 떨어진 지점의 반대 방향 차선에서 택시가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새벽 4시31분께에도 같은 장소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세번째 사고에서는 운전자 등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30여분 뒤인 새벽 5시8분, 사고를 수습하려고 출동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김아무개(47) 경위와 정아무개(35) 경장을 전아무개(35)씨가 몰던 카니발 승합차가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광등을 켜놓고 현장을 정리하던 두 경찰관을 블랙 아이스에 미끄러진 차량이 들이받은 것이다. 두 경찰관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현장은 완만한 커브 지점으로, 양화대교 등으로 빠지는 분기점이 가까워 고속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감속하는 구간이다. 영등포경찰서는 “운전자들이 블랙 아이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브레이크를 밟다가 차량이 미끄러지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낮에는 통행량이 많아 블랙 아이스가 잘 발생하지 않지만, 심야와 새벽시간엔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하천 부근이나 강 위 교량일수록 도로가 쉽게 얼기 때문에 심야시간엔 규정속도보다 천천히 달려야 한다. 블랙 아이스로 차량이 미끄러졌을 때는 급제동하지 말고 운전대를 꼭 잡아 차량이 급회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09~2013)간 12~2월에 발생한 빙판길·눈길 교통사고는 2만4건으로 499명이 숨지고 3만5656명이 다쳤다. 이중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의 사고가 5506건(27.6%)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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