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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 정부 들어 ‘박정희 정권 피해자’ 배상 제동 노골화

등록 2015-01-23 20:07수정 2015-01-23 22:01

대법원 과거사 역주행, 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고문 피해자라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았으면 국가에서 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한 판결은 과거사 청산 차원의 배상에 잇따라 제동을 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참여정부의 과거사 청산에 발을 맞춰오던 대법원은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태도를 바꿨고, 박근혜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덜어주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조항을 고문과 가혹행위 피해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보상금을 받았으면 따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며 배상 범위를 좁혔다. 이어 긴급조치에 따른 수사·재판 자체가 불법행위는 아니라며,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게 입증되지 않으면 역시 국가가 배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은 주로 하급심에서 배상 판결을 한 사건을 뒤집는 내용이다. 판례를 뜯어보면, 국가가 빠져나가게 하는 논리를 하나씩 ‘개발’하면서 배상 범위를 크게 좁혀놓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번 판결은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배상과, 호의적 차원의 보상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상식적 수준의 비판이 예상된다. 잠 안 재우기와 구타, 협박 등 갖은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생활지원금을 받았으니 그 고통에 대한 별도의 위자료는 필요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은 민주화운동보상법 조항은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비슷한 쟁점의 사건에서 “보상과 배상은 엄격히 구분되는 개념인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 조항대로라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국가배상을 받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는데도 대법원은 서둘러 이런 조항은 문제가 없다고 선언해버린 셈이다.

배상청구 가능기간 단축 이어
‘민주화보상금 받으면 화해 간주’
보상-배상 구분마저 없애

정부는 2000년 민주화운동보상법을 만들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해왔다. 5년 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고문·조작에 의해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들에 진실 규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명예회복과 배상을 위한 후속 작업 없이 활동이 종료됐다. 피해자들은 각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고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왔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대법원은 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판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 기간을 과거사위 결정 뒤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시켰고, “과거사위 결정문도 입증이 부족하면 증거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도 함께 만들었다. 수십년 전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긴급조치를 적용한 수사·재판 자체에 불법행위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은 ‘배상받으려면 수십년 전 고문당한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추세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를 대리하는 검찰이,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과거사위 등에서 자신들이 다뤘던 사건을 수임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는 것과 맥락이 닿는다.

한 변호사는 “과거사 소송 대부분이 박정희 정권 때 벌어진 일에 관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과거사 반성’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정권의 태도에 동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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