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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IS, 스스로 고립된 청춘들의 덫

등록 2015-01-23 20:42수정 2015-01-24 16:50

[토요판] 뉴스분석, 왜?
한국 청소년 김군의 시리아행
▶ 김군이 트위터에 이슬람국가(IS) 가입 의사를 밝히자 하루 만에 IS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이용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중동의 유일한 미수교국인 시리아로 가는 시작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하드 세력과 연계된 프랑스인이 1000명이 넘어서면서 프랑스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프랑스를 통해 고립된 청춘을 유혹하는 IS의 전략과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김아무개군 어떻게 하면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IS의 전신)에 합류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 ISIS에 합류하고 싶습니다.(how to join isis Does anyone know? i want join isis)

아프리키 너가 ISIS에 합류하려면 먼저 터키에 가는 게 가장 쉽다고 누가 말해 주었어.(Someone just tell me that if u wanna join #ISIS go to turkey first than from there is easy to join)

김군 형제여, 난 ISIS에 가입할 준비가 되었어. 어떤 나라로 가야 하지?(my dear brother. I was ready to join isis where I going to country?)

아프리키 하산 형제에게 연락해라. 그는 이스탄불에 있고, 전화번호는 053********이다.(Try this brother his name is hassan he is in istanbul his number is 053********)

터키에서 실종된 김아무개(18)군은 지난해 10월3일 무작정 트위터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가입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78회 리트위트되어 전세계에 흩뿌려졌다. ‘아프리키’라는 대화명을 쓰는 트위터 이용자(@hab*******)가 다음날 김군에게 답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어진다. 아프리키는 “(인터넷 비밀 메신저인) 슈어스팟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구체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아프리키’는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Dewla********)의 글을 수차례 리트위트하며 이슬람국가(IS)를 홍보한다.

“이슬람국가에서 살며 무슬림으로서 가장 기분이 좋다. 당신 또한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여기서 명예를 느낄 것이다.”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은 적은 숫자로도 큰 숫자를 싸워 이기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미디어가 무자헤딘에 대해 떠드는 어떤 거짓말도 믿지 마라.” 김군이 트위터에서 하루 만에 쉽게 만난 아프리키는 이슬람국가 모집책이거나 모집을 돕는 추종자일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키에게서 정보를 얻은 지 약 석달 뒤인 지난 10일 김군은 터키 킬리스 메르투르 호텔 앞 모스크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과 함께 사라졌다. 김군이 사라진 뒤 트위터 이용자들이 안부를 묻거나 돌아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20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김군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잘 들어봐. 이슬람교에는 IS가 말하는 내용이 없어. 3년 이상 공부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어. 네가 속은 거야. 어떻게 정상적인 종교가 사람을 참수하고 강간하라고 하니? IS는 폭력이야.”

지하디스트 되는 선진국 젊은이들
프랑스에서 관련자만 1000여명
의외로 중산층, 무신론자 출신
“정서적으로 우울증, 과민형”
서구체제 또한 무자헤딘 만들었다

시리아 반군-정부군 싸움 끼어든
이슬람국가는 네트워크로 활동
‘선전용’으로 서구 젊은이들 유인
꼬이는 내전에 미국·유럽 무력하고
시리아 민중들만 죽어나간다

지하디스트 합류 방지 위한 전화상담

김군은 이슬람국가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미 이슬람국가에 급물살처럼 밀려드는 청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프랑스인 1132명이 지하드(이슬람 세계 확대를 위한 전쟁)와 관련돼 있으며 이 가운데 376명이 이슬람국가가 활동 중인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다고 추정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정부가 지하드 참가자 가운데 프랑스 국적을 지닌 이중국적자는 프랑스인으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추정치보다 실제 프랑스인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문제로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이 이슬람 무장세력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이들의 여권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했다. 프랑스 정부는 10대 청소년들의 지하디스트 합류 방지를 위해 전화상담 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미국인 구호활동가 피터 캐시그와 시리아군 포로 18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에서 프랑스인으로 추정되는 이슬람국가 전투원 2명이 등장하자 지난해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다시 한번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무신론자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15~21살. 프랑스에서 지하드와 연계된 이들의 평균치다. 프랑스에서 전쟁을 하러 시리아나 이라크로 떠나는 무자헤딘들이 저소득, 이민자, 무슬림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프랑스의 이슬람종파예방센터(CPDSI)가 지하드와 관련된 프랑스 가정 160곳을 조사한 결과 67%가 중산층, 16%가 노동자 계급, 17%가 부유층 가정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80%가 무신론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이민자 출신은 10%다. 전과 여부는 5%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사소한 범죄들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종교연구학자 두니아 부자르는 “지하드와 연계된 프랑스인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대다수 장기간 우울증을 겪었으며 과민형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유인책은 인터넷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9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여기 오면 좋은 아파트 살게 해주겠다”

“IS의 서양인 모집책들은 무장조직으로서의 유용성은 없어요. 전문지식도 없고 훈련도 안 받죠. 유럽인을 인질이나 선전용으로 쓰기 위해 선동하는 데 쓰임이 있죠. 고립된 청소년들은 극단적이고 숭배적인 이념에 빠른 속도로 매료됩니다. 만약 IS로부터 유혹을 받게 된다면 총이나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강의 일몰 같은 이미지와 함께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일 겁니다.”

프랑스의 이슬람 전문 역사가이자 파리정치대학 교수인 장피에르 필리우는 영국 방송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의 외국인 유인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프랑스인 미카엘 도스 산토스(22)는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친구 가운데 4~5명을 끌어모으는 임무를 맡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보복심을 가슴에 품는 것도 이슬람국가에 합류한 외국인들의 공통 정서다. 프랑스 정부의 지하드 대응팀에 속한 피에르 응가네는 “극단적 전향자들과 일반적 이슬람 개종자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극단주의자들은 모스크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구사회에 의한 피해자로 자신을 인식하는, 일종의 서사에 이끌린다. 이 과정에서 신에게 특별히 선택됐다고 생각한다.”

지하디스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10대를 유인한다고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보도한다.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여성을 납치해 성노예로 팔고, 공을 세운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보상으로 여성을 주고받은 걸 공개 자랑한 영국인 이슬람국가 대원 아부 파리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접촉한 15살 소년에게 “알라를 위해 싸우기에 어리지 않다”고 조언한다. 18살 소녀에게는 “너보다 어린 소녀들도 IS에 있다”고 답한다. 영국 출신의 이슬람국가 대원은 영국의 ‘형제와 자매’들에게 어떻게 전쟁 중인 이라크에 오는지 알려주고, 부모의 뜻을 거역해 지하디스트가 되라고 강조한다. 이슬람국가 대원이 되려는 진지한 답변이 오가면 그들은 모바일 메신저 킥이나 슈어스팟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며 회유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자임을 숨기고 이슬람국가와 접촉해 그들의 회유 전략을 소개한 책도 최근 나왔다. 프랑스의 프리랜서 여기자 안나 에렐(가명·30)은 <지하디스트의 가면을 쓰고>를 통해 이슬람국가의 전략을 소개한다. 에렐은 페이스북에 20대 여성 ‘멜라니’라는 가짜 계정을 만들고 테러리스트 그룹 사진과 비디오를 공유하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관심이 많은 척 일종의 덫을 놓았다. 이슬람국가 대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이 ‘친구 맺기’를 요청해왔고 이들과 에렐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에렐에게 시리아에 오면 좋은 아파트에 살게 해주고 돈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에렐은 1년 동안의 취재가 끝난 뒤 이름을 바꾸고 올해 초 책을 냈다.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다.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IS를 좋아한다.” 자신을 남성 피해자라고 인식한 김군이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김군이 IS로 추정되는 모집책과 대화를 나눈 인터넷 메신저 슈어스팟도 이미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에 소개된 회유 통로다.

시리아 전쟁과 이슬람국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청년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태동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시리아 반군도, 정부군도 이슬람국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시리아로 갔을까.

이슬람국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복잡하다.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 퇴진이냐 유지냐를 놓고 반군과 정부군이 전쟁 중인 가운데 이슬람국가는 하나의 이슬람 국가라는 종교적 환상과 목적으로 내전에 끼어든 부대다. 현재 세개의 무장 세력은 시리아를 지역별로 나눠 점령 중이다.

2011년 아사드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정부군의 유혈 충돌을 시작으로 시리아 내전은 시작됐다. 시민 등이 주축이 된 반군과 정부군이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일종의 외국인 부대인 누스라전선이 개입한다. 이라크 내 알카에다 세력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 대원들이 시리아에 잠입해 2012년 결성한 누스라전선은 알카에다 연계 세력임을 드러내지 않고 반군과 협력했다. 이 과정에서 누스라는 점령 지역에서 엄격한 율법을 강요하지 않으며 주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013년 4월 이라크이슬람국가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누스라전선과 자신의 조직을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통합한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 통합을 거부한 누스라전선의 아부 무함마드 골라니는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자와히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자와히리는 “바그다디는 이라크에 집중하고, 골라니도 시리아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바그다디는 즉각 이를 거부하는 육성 성명을 발표했다.

시리아 동북지역에서 거점을 장악한 누스라전선은 곧 분열됐다. 외국 출신의 전사들은 대부분 바그다디를 따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에 가담하고, 누스라전선은 시리아 출신 조직으로 변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가 그해 5월 누스라전선의 본거지 도시인 시리아 락까를 무력 점령하면서 이 지역은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의한 강력한 통치가 이뤄진다. 2014년 2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지도자인 바그다디는 지난해 6월29일 이슬람국가를 선포했다.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영토로 선포했다.

시리아 내전이 복잡하게 분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 방법도 해결하기 힘들 만큼 꼬였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과 협력하며 지상군 투입 대신 반군 훈련 지원 등의 간접적 도움을 주던 미국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보다 골치 아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를 만난 셈이다.

섣부른 개입을 주저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에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습에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반군은 이슬람국가와도 등을 지게 되면서 전력에 손실이 생겼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의 하디 바흐라 의장은 지난해 11월 런던을 방문해 “현재 시리아의 문제는 이슬람국가가 아닌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초래한 것이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은 아사드 정권이 아닌 이슬람국가와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은 아사드 정권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혼란스러운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흐라 의장은 아사드 정권이 얻는 반사이익을 우려하며 “미국의 이슬람국가 공습으로 아사드 정권이 반군 세력에 군사력을 집중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군과 반군과의 협조도 효율적이지 않다. 바흐라 의장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이슬람국가에 대항할 미군과 반군의 무장연합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의 합동작전센터 개설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가운데 난맥상을 이룬 시리아 내전은 2011년 발발 이후 지난해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쟁이 시작된 첫해인 2011년 7841명에서 2012년 4만9294명, 2013년 7만3447명, 2014년 7만6021명을 기록해 사망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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