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장애아 엄마들 ‘동병상련 하모니’

등록 2015-01-25 18:40수정 2015-01-25 22:20

23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성모보호작업장’에서 중증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구성된 ‘베스트 마더즈’ 합창단이 노래 연습을 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23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성모보호작업장’에서 중증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구성된 ‘베스트 마더즈’ 합창단이 노래 연습을 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베스트 마더스’ 합창단
“아이 때문에 고생? 아이 덕에 기쁜 일 많아요”
“열여섯살 소녀였을 때를 생각하면서 불러야 해요. 자, 이렇게. ‘날 좀 보소~’”

이영옥(51) 강사의 간드러지는 노래 시범에 합창 연습을 위해 모인 어머니들이 소녀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아유, 어떻게 그래.”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성모보호작업장’에서는 중증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32명으로 구성된 ‘베스트 마더즈’의 합창 연습이 한창이었다. ‘밀양아리랑’ 악보를 보는 어머니들은 하얀 블라우스에 자주색 실크 치마를 입었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있는 합창 연습날이 가장 예쁘게 단장하고 나오는 날”이라고 했다.

베스트 마더즈는 지난해 9월 성모보호작업장의 윤문자(48) 수녀의 제안으로 꾸려졌다. 윤 수녀는 “자녀들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들은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이 컸으니 어머니들이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죄의식 안타까워” 수녀가 추진
성모보호작업장에 자녀 다니는
어머니 32명 모여 합창단 구성
“깔깔 웃느라 시간가는줄 몰라”

자식이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머니들이 짊어져야 했던 마음의 짐과 고생은 말로 담아내기 어렵다. 합창단장인 정영희(59)씨의 막내아들은 자폐다. 주의가 산만해 부산스럽게 군다. 아들과 함께 밖에 나가면 “죄송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자꾸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특히 사람들이 아들을 ‘짐’처럼 말할 때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이 때문에 고생’이라거나 ‘속상하겠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아이 때문에 기쁜 일도 많아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좋아지거나 모르던 것을 알게 되면 그게 기쁨이고, 감사하죠.” 정씨는 60대로 접어든 부부에게 아들은 큰 기쁨이라고 했다.

정신지체 아들을 둔 서은숙(65)씨는 “아이가 돌을 지날 때만 해도 좀 느리다고만 생각했지 병명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미국까지 가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고 했다. 서씨는 그 뒤 ‘죄인 같은 심정’으로 지냈다고 한다. “친구도 안 만나고, 동창회도 안 나갔어요. 피서철에도 사람 많은 곳은 피해서 갔어요.” 서씨는 “(장애 자녀를 둔) 우리 마음은 연탄보다 더 까맣게 변했을 거라는 얘기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묶여’ 살아야 했던 어머니들은, 그 자식들을 인연으로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 즐겁다고 했다. 정씨는 “초등학교 때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 그 기억이 참 좋았다. 막내아들에게 늘 묶여 있었는데, 합창단이 꾸려지고 나니 소원이 이뤄진 기분”이라고 했다. 서씨도 “과연 내가 앞으로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여기 어머니들을 만나면 깔깔대고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베스트 마더즈 합창단은 지난해 성모보호작업장 송년회에서 첫 공연도 선보였다. 이날 정씨는 아들한테서 엄마라는 말보다 더 따뜻한 웃음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는 힘이 생기고, 나에게도 이런 열정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라는 말도 못 하는 아들이 공연 끝나고 그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으로 엄마를 맞아줬어요.”

32명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베스트 마더즈’(최고의 엄마)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